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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한다." 하지만, 졸업을 못한 이규환 학생의 기록

장애인의 취업 2026. 4. 1. 09:10

첫 만남 : 가능성이 보였던 1학년 1학기

이규환(가명)을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 학생은 할 수 있는 학생이다”였습니다. 기초적인 인지 능력이 안정적이었고, 언어 이해와 표현이 가능했으며, 컴퓨터 활용 능력도 뛰어난 편이었습니다. 시각적 자료를 활용한 과제 수행에서도 비교적 정확한 모습을 보였고, 기본적인 수 개념과 일상생활 기능 역시 잘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업이 진행되면서 조금씩 다른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능력은 있었지만, 교사의 시연을 끝까지 듣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여 행동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대화 상황에서도 상대방의 반응과 관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반복하거나, 같은 질문을 형태만 바꾸어 여러 번 시도하는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 이 시기의 핵심 문제는 능력이 아니라 주의집중과 사회적 의사소통 방식이었습니다.

 

관계와 행동의 간극이 드러난 1학년 2학기

시간이 지나면서 규환이의 특징은 더 분명해졌습니다. 자신이 관심 있는 활동에는 높은 몰입도를 보였지만, 힘들거나 흥미가 떨어지는 과제에는 참여도가 현저히 낮았습니다. 또한 과제 수행 시 성급하게 행동하여 완성도가 떨어지고, 다시 점검하는 과정이 부족했습니다.


특히 관계에서의 어려움이 두드러졌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리고자 하는 시도는 있었지만, 상호적인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일방적인 표현이 많아 관계가 깊어지지 못했습니다. 또한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는 언행이 부족하여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되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관찰시키려는 강압적 행동이 주변으로 하여금 수용되지 않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이 시기의 교육은 단순한 학습이 아니라 사회적 의사소통 기술과 자기 조절 능력 향상에 초점이 맞추어졌습니다.


그래서 실제 지도에서는


• 대화 순서 지키기
• 눈 맞춤과 경청
• 상황에 맞는 표현 연습

과 같은 구체적인 기술을 반복적으로 훈련했습니다. 이는 자폐성향 학생에게 중요한 사회적 기술 교수(Social Skills Training)의 기본 접근입니다.

 

강의실에 혼자 앉아 있는 학생

불안과 행동의 연결, 그리고 반복되는 어려움

2학년에 들어서면서 규환이의 문제는 다른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불안과 걱정이 행동으로 연결되면서 산만한 움직임, 반복적인 질문, 집중의 어려움이 나타났습니다. 서성거리며 중얼거리기 등 자기만의 상상이 더 깊어지는 듯했으며 집에서는 부모님에게 폭행을 보이는 행동까지 나타났습니다.


특히 수업 상황에서는


• 멈추지 못하고 계속 움직이는 행동
•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 나오는 패턴
• 과정보다 결과를 서두르는 수행 방식
이 반복되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의 어려움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알고 있지만 행동으로 조절하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지도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 과제를 작은 단계로 나누는 과제분석(Task Analysis)
• 행동 전에 멈추고 생각하도록 하는 행동조절 훈련
• 반복 연습을 통한 절차 기억 형성
을 중심으로 지도했습니다. 실제로 규환이는 반복적인 실습에서는 수행이 가능했지만, 새로운 상황에서는 다시 어려움을 보였습니다. 이는 학습이 일반화되지 못한 전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마지막 기록: 교육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영역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어려움이 나타났습니다. 현실과 자신의 생각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보이며, 혼잣말이 증가하고, 타인과의 대화 주제가 일반적인 흐름과 점점 멀어졌습니다. 또한 외부 환경과 관계없이 자신만의 사고 속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학교생활 유지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정과의 협의를 통해 정신과적 진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게 되었고, 일시적으로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이전의 행동으로 돌아가는 반복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3학년 과정에서는 행동의 양상이 더 확대되면서 학교 공동체 안에서 함께 생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결국 학업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정리: 교육과 치료의 경계에서

이규환의 사례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남깁니다.
“교육으로 가능한 영역은 어디까지인가?”
이 학생은 분명히 능력이 있는 학생이었습니다. 이해도 가능했고, 수행도 가능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 사회적 이해의 어려움
• 자기 조절의 제한
• 정신과적 요소
이런 요소들이 함께 작용하면서 교육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이 존재했습니다. 특수교육에서는 이러한 경우 다학문적 접근(multidisciplinary approach)이 필수적입니다. 교육, 가정, 의료가 함께 연결될 때 비로소 변화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 좀 더 일찍 의료적 서비스가 병행되었다면 좀 더 좋은 결과를 가지고 왔을지도 모릅니다.

 

마무리

이규환은 끝까지 학업을 이어가지 못한 아쉬운 사례입니다. 하지만 이 사례는 실패가 아니라 배움의 경계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학생을 가르치지만, 모든 변화를 교육만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언제 교육이 필요하고 언제 다른 지원이 필요한지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이 학생에게 맞는 환경과 방법이 조금 더 빨리 연결되었다면 다른 결과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더 아쉬운, 그리고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