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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행동 뒤에는 이유가 있다: 분노에서 자기조절로 성장한 김동교의 3년”

장애인의 취업 2026. 4. 3. 17:32

에너지가 많았던 학생, 그러나 조절되지 않았던 감정

박동교(가명)를 처음 만났을 때의 인상은 분명했습니다. 이 학생은 조용한 학생이 아니라, 오히려 에너지가 많고 의욕이 높은 학생이었습니다. 수업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있었고, 활동적인 수업에서는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성실하게 과제를 수행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실제 상담기록에서도 기본적인 인지능력, 언어 이해, 컴퓨터 활용 능력 등은 양호한 수준으로 확인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감정이었습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감정이 급격하게 올라가며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반복되었습니다. 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거나 자격증에서 떨어졌을 때, 또는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주변을 불편하게 만드는 언어 표현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감정이 격해질 경우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강한 표현이 나오는 모습도 있었고, 아침 예배 시간과 같은 공적인 상황에서도 이를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행동이 일상적인 모습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평상시에는 성실하고 착실하게 생활하며, 지시를 잘 따르는 학생이었습니다.


즉, 문제는 성격이 아니라 감정조절의 어려움과 상황 대처 방식의 미숙함이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상담자료에서도 확인되는 바와 같이 자기 인식 부족과 타인의 감정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행동 특성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문제행동을 바꾸는 과정: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경험이 쌓이다

1학년 시기 동교를 지도하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은, 이 학생이 감정이 많은 학생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학생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화가 나면 바로 터져 나왔고, 그 감정은 언어를 거르지 않고 그대로 밖으로 표현되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을 두고 보면, 그 감정의 시작은 대부분 단순했습니다. 시험 점수가 기대보다 낮았거나, 자신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그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 순간의 불편함이 곧바로 강한 언어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그래서 지도 방향을 ‘행동을 막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으로 잡았습니다. 수업 중에는 의도적으로 질문을 많이 던졌습니다. “지금 기분이 어때?”, “왜 그렇게 느꼈을까?” 처음에는 대답하지 못하거나, 짧게 끊어 말하는 수준이었지만 반복할수록 조금씩 자신의 상태를 인식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특히 연극 수업에서 변화가 눈에 띄었습니다.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던 학생이, 역할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에서는 훨씬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웃거나 화를 내는 장면에서도 이전과 달리 과도하게 폭발하기보다 상황 안에서 표현하려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표현해도 괜찮다”는 경험이었습니다.

 

이 경험이 쌓이면서 감정은 점점 행동으로 바로 이어지기보다, 한 번 멈추고 생각하는 과정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또래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소그룹 활동이나 점심시간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도록 했고, 상대의 말을 듣고 반응하는 연습을 반복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이야기만 하거나 상대의 말을 끊는 경우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의 표정을 보고 반응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될 때마다 다시 연습하고, 잘된 순간을 바로 피드백해 주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쌓여갔습니다. 결국 동교에게 필요했던 것은 통제가 아니라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경험의 반복이었습니다.

 

변화의 전환점: 타인의 시선과 ‘일하고 싶은 마음’이 행동을 바꾸다

동교의 변화는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여러 경험이 쌓이면서 서서히 방향이 바뀐 결과였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전환점은 2학년 후반이었습니다. 후배들이 입학하면서 교실 안에서 동교의 위치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자신의 감정과 행동에만 집중하던 학생이, 점점 주변을 의식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후배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면서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어떻게 보일까”라는 고민이 생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변화는 작아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타인의 관점을 고려하는 단계로 이동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부터 동교는 감정이 올라오는 상황에서도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 한 번 참고 넘기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멈추는 순간’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3학년이 되면서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가 더해졌습니다. 취업에 대한 욕구였습니다.

 

단순히 학교생활을 유지하는 수준이 아니라, “일을 하고 싶다”, “취업을 해야 한다”는 목표가 생기면서 행동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감정이 우선이었다면, 이제는 그 감정이 행동으로 이어졌을 때 생기는 결과를 스스로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취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 “지금은 참아야 한다” 이러한 생각이 행동을 조절하는 기준으로 작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업에서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이전에는 흥미에 따라 참여도가 크게 달라졌다면, 이제는 흥미가 낮은 활동에서도 끝까지 참여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실습 상황에서는 더욱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복된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점점 익숙해졌고, 대상자를 고려하며 행동하려는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능 향상이 아니라 행동을 스스로 조절하려는 의지가 형성된 결과입니다.

 

결국 동교의 변화는 누군가가 통제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환경의 변화

- 관계 속 경험

- 그리고 ‘일하고 싶은 마음’
이 함께 작용하면서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요양보호사로 일을 하고 있는 박동교의 뒷 모습

마무리: 행동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박동교의 3년을 돌아보면 한 가지 분명하게 느껴지는 점이 있습니다. 이 학생의 문제행동은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이해되고, 조절되며, 다른 방향으로 변화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감정이 올라오면 바로 행동으로 이어졌던 학생이었습니다. 그 감정은 강했고, 때로는 주변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감정 자체가 문제였던 것은 아닙니다. 그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교육의 과정 속에서 동교는
•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는 경험을 하고
• 타인의 시선을 이해하기 시작하며
• 행동이 가져오는 결과를 스스로 생각하게 되었고
• 결국 행동을 조절하려는 선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지도 결과가 아니라 경험이 쌓여 만들어진 행동의 변화입니다.

 

특수교육은 빠르게 결과를 만들어내는 교육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조금씩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작은 선택들이 쌓일 때 비로소 변화가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지금 동교는 요양병원에서 휠체어 이동을 돕는 일을 하며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돕는 자리에서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모습은 단순한 취업의 결과가 아니라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게 된 성장의 결과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의 동교를 떠올리면 지금의 모습은 쉽게 연결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는 보이지 않던 수많은 경험과 반복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례를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문제행동은 없어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해하고 방향을 바꿔야 할 행동이라는 점을요. 그리고 교사의 역할은 행동을 막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라는 것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이 이야기가 작은 기준이 되었으면 합니다. 문제행동이 보일 때가 행동을 멈추는 것보다 그 행동이 왜 나왔는지를 먼저 바라보는 것 그것이 변화를 시작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