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철은 어떻게 ‘야생 같은 생활’에서 ‘사회 안의 역할’로 들어왔나?
처음 고명철(가명)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취업이 아니라 생존이었습니다. 이 학생이 과연 대학이라는 공간의 규칙 안에서 3년을 무사히 버틸 수 있을까, 그 걱정이 먼저였습니다. 공공장소와 사적 공간의 구분이 흐렸고, 옷과 가방을 아무 데나 던져두거나 남의 음식에 쉽게 손을 대는 행동, 바닥에 갑자기 앉거나 눕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명철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이 아니라, 생활규범과 자기 조절을 충분히 배우지 못한 학생에 가까웠다는 사실입니다. 고명철의 1학년부터 3학년까지의 변화를 따라가며, 생활기술 훈련, 기능적 행동평가, 대체행동 지도, 사회적 기술 교수, 작업행동 훈련이 어떻게 한 학생의 삶을 바꾸었는지 기록한 이야기입니다. 결국 “취업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던 학생이 지금은 요양원 청소 업무와 장애인일자리 사업 현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느리지만 분명했던 이 변화는 특수교육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학생의 삶을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사례입니다.

대학보다 먼저 배워야 했던 생활의 규칙
처음 고명철(가명)을 만났을 때, 저는 이 학생을 어떤 직무에 연결할 수 있을지보다 먼저 “이 학생이 대학이라는 공간의 규칙 안에서 3년을 버틸 수 있을까”를 걱정했습니다. 그만큼 생활 전반이 정돈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공공장소와 사적 공간의 경계가 흐렸고, 어디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거의 형성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옷과 가방을 아무 데나 던져두고, 남의 음식에 쉽게 손을 대거나 기웃거리고, 바닥에 털썩 앉거나 눕는 행동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대학이라는 공간 안에서는 너무도 기본적이라고 여겨지는 규범들이, 명철이에게는 아직 몸에 익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1학년과 2학년 자료를 다시 보면 이런 부적절한 생활태도와 공공장소에서의 규범 미준수가 반복적인 문제로 꾸준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 역시 당황스러웠습니다. 어디까지를 지도해야 하고, 무엇부터 가르쳐야 할지 판단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한 가지는 분명해졌습니다. 명철이는 단순히 인지가 낮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일상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했고, 제한적이지만 대중교통 이용도 할 수 있었으며, 낯선 상황에서도 정류장을 놓쳤을 때 나름의 방식으로 대처하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또래와 어울리는 것도 좋아했고, 야구나 운동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 안에서는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했습니다.
즉, 명철이는 ‘무지한 학생’이 아니라 ‘생활규범과 자기 조절을 충분히 배우지 못한 학생’에 더 가까웠습니다. 저는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하지 마”라는 말의 반복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주 구체적이고 반복적으로 다시 배우게 하는 교육이 더 중요했습니다. 특수교육은 때때로 학습 성취보다 생활 안에서 기능할 수 있는 힘을 먼저 세워야 합니다. 명철이의 경우가 딱 그랬습니다. 이 학생에게는 직무교육 이전에 생활교육이 먼저였고, 취업 이전에 사회 안에서 함께 지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과정이 먼저였습니다.
돌이켜 보면 명철이의 3년은 단순히 한 학생의 대학 적응기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생활이 무너져 있던 학생이 규칙을 배우고, 반복을 통해 행동을 바꾸고, 마침내 사회 안에서 자기 역할을 가지게 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특수교육이 왜 단순한 수업이 아니라 삶을 다시 세우는 일인지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문제행동을 줄이는 교육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을 다시 세우는 교육
명철이의 1학년은 학습보다 생활을 다시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읽기, 쓰기, 수 개념이 약하고 컴퓨터 활용도 제한적이어서 수업 이해와 과제 수행에도 분명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더 심각했던 것은 행동의 절제능력 부족과 기본생활기술의 미형성이었습니다. 기록에도 감정표현이 정제되지 않고, 1차적 욕구 충족이 우선되며, 소지품 관리와 위생, 정리정돈이 매우 미흡하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1학년의 핵심 목표는 “배우는 학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먼저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함께 지낼 수 있는 학생”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적용한 방식은 환경구조화와 행동규칙의 시각화였습니다. 식사하는 공간, 쉬는 공간, 정리하는 공간을 분명히 구분하고, 각 공간에서 어떤 행동이 적절한지를 반복해서 알려주었습니다. 문제행동이 발생한 뒤에만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 전에 기준을 먼저 제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것은 특수교육에서 말하는 선행사건 중재와 맞닿아 있습니다. 행동이 일어난 뒤 결과를 주는 것보다, 행동이 일어나기 전 환경과 단서를 조정해 바람직한 행동이 나오도록 돕는 것입니다. 명철이처럼 충동적이고 욕구 중심으로 움직이는 학생에게는 이런 접근이 특히 중요했습니다.
또한 생활기술은 말로만 설명해서는 절대 몸에 남지 않았습니다. 수저 놓기, 테이블 닦기, 물건 제자리에 두기, 옷 정리하기 같은 단순하지만 반복 가능한 행동을 매일 수행하게 했습니다. 어떤 날은 너무도 사소한 일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특수교육 현장에서는 바로 그런 사소한 반복이 학생의 삶을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저 하나 바르게 놓는 일,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에 가져다 두는 일, 식사 후 테이블을 닦는 일이 결국은 적응행동 훈련의 핵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회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술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생활 속에서 매일 반복되는 행동 안에 숨어 있습니다.
2학년이 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안정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2학년쯤 되면 학교의 규칙과 생활 흐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지만, 명철이는 감독이 없으면 다시 예전 행동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록에도 관리감독이 없으면 행동개선이 유지되지 않고, 장소와 상황에 따른 분별없이 습관적인 행동이 반복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 시기의 핵심은 단순한 지적이 아니라, 이미 습관처럼 굳어진 행동의 고리를 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능적 행동평가의 시선으로 명철이를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왜 이 행동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같은 행동은 형태만 바뀐 채 계속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명철이의 경우 행동의 기능은 비교적 분명했습니다. 첫째는 관심을 받고 싶은 욕구였습니다. 둘째는 즉각적으로 원하는 것을 얻고 싶은 욕구였습니다. 셋째는 하기 싫거나 어려운 상황을 피하고 싶은 욕구였습니다. 행동의 이유가 분명하다면 개입도 그에 맞게 달라져야 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금지하기보다는 대체 행동을 반복해서 가르쳤습니다. 관심을 받고 싶을 때는 과격한 장난이나 큰 소리 대신 이름을 부르고 기다리게 했고, 하고 싶은 것을 곧바로 실행하는 대신 허락을 구하거나 순서를 기다리는 연습을 시켰습니다. 또 하기 싫은 상황에서는 도망가거나 엉뚱한 행동을 하는 대신 “도와주세요”, “한 번만 더 설명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연습을 하게 했습니다. 이것은 기능적 의사소통 훈련의 핵심 원리이기도 합니다. 문제행동이 하던 역할을, 보다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행동으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또래관계에 대한 지도도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명철이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표현 방식이 거칠고 장난의 강도가 높아지면 쉽게 갈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친구에게 잘해야지”라는 말로는 절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인사하기, 부탁하기, 고맙다고 말하기, 미안하다고 표현하기 같은 아주 기본적인 사회적 기술을 상황 속에서 반복 연습하게 했습니다. 추상적인 도덕 교육보다 실제 장면을 여러 번 경험하게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언어가 풍부하지 않은 학생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몸으로 익힌 행동은 결국 관계를 바꾸는 출발점이 됩니다.
3학년이 되자 현실은 더 선명해졌습니다. 이제는 “무엇을 좋아하느냐”보다 “무엇을 실제로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명철이는 노인케어학과에서 실습을 경험했지만, 직무평가를 보면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언어적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일정표를 보고 스스로 움직이기 어렵고, 자기소개도 혼자 하기 힘들었으며, 신체활동지원은 순서와 속도, 힘 조절에서 반복적인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정서지원이나 업무일지 작성, 보고하기 같은 영역은 특히 어려운 과제로 평가되었습니다. 외부 면접에서는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일을 야구선수라고 말할 정도로 직업 인식도 미흡했습니다. 당시 평가가 “취업이 어려움”이었던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평가를 보면서 오히려 명철이의 가능성을 더 선명하게 보았습니다. 직무 전반은 어렵더라도, 청소나 분리수거, 정리정돈처럼 구조가 분명하고 반복 가능한 업무에서는 수행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대인서비스 직무보다, 시작과 끝이 분명하고 절차가 일정한 반복 업무가 명철이에게 더 잘 맞았습니다. 즉, 학생의 한계를 확인하는 평가가 아니라, 오히려 이 학생에게 맞는 직무 형태를 찾아주는 평가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과제분석과 작업행동 훈련이 핵심이었습니다. 청소하기라는 큰 단위의 설명은 명철이에게 너무 추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걸레 찾기, 물 적시기, 바닥 닦기, 사용한 물건 제자리에 두기처럼 과정을 아주 작게 나누어 가르쳤습니다. 그러자 명철이는 설명보다 수행을 통해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반복 가능한 단순 직무를 몸으로 익히게 하자, 오히려 안정적으로 기능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는 절차기억 기반 학습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인지적으로 확장하는 것보다, 반복된 경험 속에서 익숙해지는 학습 방식이 명철이에게는 훨씬 더 잘 맞았습니다.
결국 지금의 명철이는 졸업 후 요양원에서 청소 업무를 맡고 있으며, 지자체가 운영하는 장애인일자리 사업에도 발탁되어 실제 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3학년 평가서에 적혀 있던 “취업이 어려움”이라는 문장을 떠올리면 참 크게 달라진 모습입니다. 물론 완벽해진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 반복적인 지도와 점검이 필요한 순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명철이가 이제 사회 안에서 자기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규범이 없어서 어디로 튈지 몰랐던 학생이, الآن은 정해진 자리에서 청소와 정리를 하며 하루의 책임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결코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생활을 구조화하고, 행동의 기능을 분석하고, 대체 행동을 반복해서 가르치고, 적응행동과 작업행동을 일관되게 훈련한 3년의 결과였습니다.
취업이 어렵다던 학생이 결국 사회 안에서 자기 역할을 갖기까지
고명철의 3년을 돌아보면, 특수교육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시 분명해집니다. 특수교육은 단순히 학생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일이 아닙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학생이 아직 배우지 못한 생활을 다시 배우게 하고, 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행동을 몸에 익히게 하는 일입니다. 명철이는 처음 만났을 때 직무 이전에 생활 자체가 정돈되지 않은 학생이었습니다. 공공장소와 사적 공간의 구분이 흐렸고, 즉각적인 욕구가 행동을 이끌었으며, 규범을 지키는 힘보다 순간의 편안함과 충동이 더 강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런 학생이 지금은 요양원에서 청소와 정리라는 분명한 역할을 맡고,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서 있습니다.
이 변화는 한 번의 깨달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눈에 띄는 성과보다 반복과 구조, 그리고 일관성이 만들어 낸 결과였습니다. 생활을 세분화해서 가르치고, 같은 행동을 수없이 반복하게 하고, 문제행동을 막기보다 대체 행동을 몸에 익히게 하는 과정이 쌓이면서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어쩌면 명철이의 변화는 화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습니다. 특수교육의 현장은 종종 극적인 반전보다 느리고 작은 변화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작은 변화들이 쌓여 학생의 삶을 바꾸고, 결국 사회 속 역할로 이어집니다.
명철이를 통해 저는 다시 확인했습니다. 인지가 낮은 학생이라서 안 되는 것이 아니라, 그 학생에게 맞는 구조와 반복, 그리고 일관된 지도가 없었기 때문에 아직 생활이 배움으로 연결되지 못했을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학생마다 배우는 방식은 다릅니다. 어떤 학생은 설명을 통해 익히고, 어떤 학생은 관계를 통해 배우며, 또 어떤 학생은 몸으로 반복하면서 익힙니다. 명철이는 마지막 유형에 가까운 학생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는 추상적인 가르침보다 구체적인 환경과 반복 가능한 경험이 더 중요했습니다.
혹시 지금도 생활규범이 잘 잡히지 않아 걱정되는 학생, 늘 같은 문제행동을 반복해 답답한 학생, 취업은커녕 학교생활 유지조차 어려워 보이는 학생을 만나고 있다면 너무 빨리 단정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학생에게 필요한 것이 학습이 아니라 생활의 재교육일 수도 있고, 훈계가 아니라 구조화된 경험일 수도 있으며, 금지가 아니라 대체 행동의 반복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고명철의 사례는 그 사실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이 학생이 과연 버틸 수 있을까”를 걱정하게 만들었던 학생이, 지금은 사회 안에서 자기 역할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야말로 교육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깊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명철이는 지금, 그 변화를 자신의 삶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