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저도 잘할 수 있을까요?" 낮은 자존감의 준표가 ‘나’를 믿기까지
이 글은 발달장애 성인을 위한 교육기관인 호산나대학에서 만난 한 학생의 성장 이야기를 통해 자존감 향상과 교육의 의미를 되돌아보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지적장애를 가진 준표(가명)는 성실하지만 스스로를 믿지 못해 늘 “저는 잘 못할 것 같아요”라는 말을 반복하던 학생이었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새로운 도전을 피하던 준표는 작은 성공 경험과 기다림, 그리고 실생활 중심의 교육을 통해 점차 변화를 이루어 나갔습니다. 계산기를 활용한 화폐 활동, 몸으로 배우는 수업, 그리고 친구들과의 협력 활동은 준표가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과정은 교육이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한 사람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본 글은 낮은 자존감으로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 학생들과 그들을 지도하는 교사, 그리고 부모님들에게 희망과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또한, 작은 성공과 기다림이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실제 사례를 통해 소개하며,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강조합니다.
낮은 자존감 속에 숨겨진 가능성
요즘 저는 발달장애 성인을 위한 교육기관인 호산나대학에서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학생마다 살아온 환경도, 배움의 속도도, 그리고 어려움을 느끼는 지점도 모두 다릅니다. 어떤 학생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데 어려움을 겪고, 또 어떤 학생은 조용하지만 마음속에 수많은 생각을 품고 살아갑니다. 이렇게 한 명, 한 명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다 보면 겉으로 보이는 모습 뒤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준표(가명)도 처음에는 그저 성실한 학생으로 보였습니다. 수업에 빠짐없이 참여했고, 지시도 잘 따르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준표에게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마음, 즉 낮은 자존감이었습니다. 준표는 지적장애 3급을 가진 학생으로 마음이 매우 여린 편이었습니다. 수업 시간에는 집중하려는 모습과 잘하고 싶다는 의지가 분명히 보였지만, 늘 같은 말을 반복하곤 했습니다.
“교수님, 저는 잘 못할 것 같아요.”
조금만 틀려도 표정이 굳었고, 누군가가 지적하면 금세 말을 줄였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자신감이 부족한 학생이라고 생각했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준표가 ‘틀리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틀리는 순간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이 드러날까 봐 걱정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단순한 학습의 어려움을 넘어 정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신호였습니다.
작은 성공 경험이 만들어낸 변화
준표의 변화를 위해 저는 접근 방식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큰 목표를 요구하기보다는 작은 성공을 반복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계산기를 사용하여 물건을 직접 계산해 보기’라는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처음에는 버튼을 누르다가 멈추고 저를 바라보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이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기다려 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준표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수님, 저 오늘 혼자 계산기 써봤어요.”
그 짧은 한마디에는 그동안의 노력과 용기가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계기로 준표는 점차 자신감을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수업 방식도 실생활 중심으로 변화시켰습니다. 강의실에 화폐 활동을 구성하고, 바닥에는 긴 수직선을 붙여 숫자의 개념을 몸으로 익히도록 했습니다. 직접 돈을 주고받으며 계산을 해보고, 숫자를 따라 움직이며 개념을 체득하게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해봤다’는 경험이었습니다.
또한 ‘나를 이해하는 활동’을 통해 준표가 자신의 감정과 어려움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어려워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이런 게 어려워요.”라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중요한 변화의 시작이었습니다. 더불어 운동과 소그룹 활동을 통해 또래 친구들과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유도하였고, 이러한 경험은 사회적 자신감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스쿼트, 자전거, 간단한 스포츠 활동을 함께하면서 준표는 점차 웃음을 되찾았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습니다. 억지로 말을 시키지 않아도 함께하는 경험이 관계를 만들어 주었으며, 이는 준표가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교육이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삶의 전반적인 성장을 지원하는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기다림과 신뢰가 만든 성장의 순간
준표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지만, 예전과는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틀려도 바로 멈추지 않고 한번 더 시도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가끔 이렇게 말합니다. “교수님, 이번에는 제가 해볼게요.” 이 한마디는 그동안의 모든 과정을 설명해 주는 가장 의미 있는 변화였습니다.
준표의 이야기를 통해 저는 교육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방향이 바뀌는 순간,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작은 성공 경험과 따뜻한 기다림, 그리고 신뢰는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이 됩니다.
이 글이 현장에서 애쓰시는 선생님들과 자녀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계신 부모님들께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성장은 때로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멈춘 것이 아닙니다. 오늘도 누군가의 한 걸음을 기다리고 계신 모든 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각자의 속도로 나아가는 모든 이들의 여정이 존중받고 지지받기를 바라며, 교육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변화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