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제가 혼자 해볼게요" 의존적인 학생이 달라진 순간
초등학교 특수학급에서 20년간 학생들과 함께해 온 한 교사가 발달장애 성인을 위한 교육기관인 호산나대학으로 자리를 옮기며 겪은 변화와 성장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가르치는 교육’에서 ‘함께 살아가는 교육’으로의 전환을 중심으로, 스스로 해보는 경험이 부족했던 지호가 작은 성공을 통해 자립의 기초를 다져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담임교수제를 기반으로 한 1대 1 맞춤형 지도, 손으로 배우는 체험 중심 수업, 사회적 관계 형성을 위한 단계적 접근 등 실제 교육 현장에서 적용된 다양한 교육 방법을 소개하며 특수교육의 본질적인 의미를 되새깁니다. 또한 빠른 변화보다 방향의 전환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통해 특수교육 교사와 부모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사회통합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초등 특수교사에서 새로운 도전으로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시간 동안 저는 초등학교 특수학급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냈습니다. 누군가는 저를 20년 차 베테랑이라고 부르지만, 작년 저는 그 익숙한 자리를 떠나 전혀 다른 교육 현장에 서게 되었습니다. 바로 발달장애 성인을 위한 교육기관인 호산나대학입니다. 이곳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대학과는 많이 다릅니다. 시험이나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혼자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담임교수제가 중심이 되며, 교수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를 넘어 학생의 삶 전반을 함께하는 동반자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던 교육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접근 방식부터 달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의 교육은 ‘가르친다’기보다 ‘함께 살아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생활 습관, 정서적 안정, 사회적 관계 형성까지 모두가 교육의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 속에서 저는 지호(가명)라는 학생을 만나게 되었고, 그의 성장 과정은 교육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작은 성공이 만들어 낸 자립의 변화
지호는 눈웃음이 참 예쁜 학생이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인상은 밝았지만, 수업이 시작되면 사소한 일에도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교수님, 이거 해주세요.”라는 말이 습관처럼 반복되었고, 평가 기록에서도 수행 능력에 비해 참여도와 자발성이 부족하다는 내용이 확인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러한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곧 이것이 게으름이 아니라 ‘혼자 해본 경험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에 저는 교육 방식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한 번에 많은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과제를 작은 단계로 나누어 성공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예를 들어 ‘자전거 보호대 착용하기’라는 과제를 헬멧 쓰기, 무릎 보호대 차기, 팔꿈치 보호대 차기와 같이 세분화하였습니다. 그리고 각 단계가 완료될 때마다 “지호야, 이건 네가 혼자 한 거야.”라고 말하며 성취감을 강화했습니다. 이러한 반복적인 경험은 지호의 자신감을 점차 향상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지호는 시각적인 설명만으로는 학습에 집중하기 어려워했기 때문에, 직접 만지고 움직이며 배우는 체험 중심 수업을 도입했습니다. 강의실에 ‘화폐 은행’을 만들어 실제로 돈을 주고받는 활동을 진행하고, 바닥에 수직선을 붙여 숫자의 개념을 몸으로 익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지호의 참여도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학습에 대한 흥미를 유도하는 데에도 효과적이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은 운동화 끈을 스스로 묶어낸 날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여러 번 시도하다가 포기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기다림과 격려 속에서 결국 스스로 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교수님, 제가 했어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던 지호의 모습은 교육자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보람이었습니다.
사회적 관계 형성을 위한 지도도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이름 묻기, 전화번호 물어보기, 함께 활동할지 제안하기와 같은 기본적인 의사소통 기술을 단계적으로 연습하였으며, 스쿼트, 버피테스트, 벤치프레스와 같은 운동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또래와의 상호작용을 경험하도록 했습니다. 라이딩과 카페 방문, 농구 활동을 통해 지호는 점차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기다림 속에서 완성되는 성장
현재의 지호는 여전히 느린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전처럼 즉각적인 도움을 요청하기보다는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자립을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수교육 현장에서 오랜 시간 동안 느낀 점은, 빠른 변화보다 방향의 전환이 더욱 의미 있다는 사실입니다.
특수교육은 그 결과가 눈에 즉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때로는 불안과 고민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지호의 사례를 통해 성장은 멈춘 것이 아니라 단지 서서히 진행되고 있을 뿐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작은 성공의 경험이 쌓여 결국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글이 특수교육 현장에서 애쓰고 계신 교사들과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님들께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함께 만들어 가는 여정입니다. 오늘도 누군가의 ‘스스로’를 기다리고 계실 모든 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