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더듬과 긴장을 넘어 요양원 정규직이 되기까지, 김병곤의 3년 성장 이야기
김병곤(가명) 학생의 3년은 단순한 대학 생활의 기록이 아니라, 한 사람이 자신의 약점을 넘어 직업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값진 사례입니다. 입학 초기 그는 말 더듬이 심했고 긴장하면 더욱 빠르게 말해 전달력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발표나 주목받는 상황을 두려워했고, 친구 관계에서도 미숙한 표현으로 갈등을 만들곤 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성실함과 높은 수업 참여도, 우수한 체력, 자립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가진 학생이기도 했습니다. 학교는 부족함보다 가능성에 집중했습니다.
언어 표현 훈련, 관계 기술 지도, 자존감 회복 교육, 전공 실습과 직무 훈련을 단계적으로 연결했고 학생은 그 과정을 통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2학년 노인케어학과에서 돌봄 기술과 현장 실습을 익혔고, 3학년에는 실제 취업을 준비하며 긴장감도 크게 낮아졌습니다. 결국 면접과 자격시험을 통과해 요양원 정규직으로 근무하게 되었고, 지금은 안정적으로 직장생활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졸업 후에도 학교를 찾아 후배들에게 직장 이야기를 들려주고 동문 모임에도 참석하며 사회적 관계를 이어 가는 모습은 더욱 인상적입니다. 김병곤 학생의 이야기는 발달장애 학생 교육이 단순한 보호가 아니라, 자존감과 직업 역량을 함께 키워 주는 과정임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례입니다.
입학 초기, 가능성과 불안을 함께 안고 있던 김병곤 학생
처음 김병곤(가명) 학생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조용함과 성실함이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순하고 차분한 학생이었습니다. 수업 시간에는 빠지지 않고 참여했고, 맡은 과제를 끝까지 해내려는 태도도 분명했습니다. 기본적인 언어 이해 능력과 컴퓨터 활용 능력도 있었으며, 생활 태도 역시 안정적인 편이었습니다. 체력 또한 매우 우수해 활동 수업이나 실습에서도 꾸준함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미 생산직 근무 경험도 있었기에 사회생활에 대한 기본 감각도 전혀 없는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가까이에서 보면 또 다른 모습이 있었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자신감 부족이었습니다. 발표를 하거나 여러 사람 앞에서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얼굴부터 긴장으로 굳어졌습니다. 말은 빨라지고 발음은 흐려졌으며, 말 더듬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알고 있는 내용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채 스스로 위축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목소리는 작았고 눈 맞춤도 자연스럽지 못했습니다. 결국 능력은 있었지만 표현의 벽에 가로막혀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보여 주지 못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이런 실패 경험은 회피 행동으로 이어졌습니다. 말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못 들은 척하거나, 다른 단어로 바꾸어 얼버무리거나,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척하며 상황을 피하려는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이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 만든 방어 방식에 가까웠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반복된 실패 경험은 한 사람의 태도 전체를 움츠러들게 만듭니다. 김병곤 학생 역시 그러했습니다.
관계 면에서도 과제가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은 분명히 있었지만, 관계를 건강하게 이어 가는 기술은 아직 미숙했습니다.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친구의 단점을 직설적으로 말하거나 놀리는 모습이 있었고, 특정 친구에게는 지나치게 강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자신보다 강해 보이는 사람 앞에서는 위축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인성의 문제가 아니라 낮은 자존감이 관계 속에서 왜곡된 방식으로 표현된 결과에 더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1학년의 교육 목표는 분명했습니다. 학생의 약점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성공 경험을 반복적으로 제공하는 일이었습니다. 눈 맞춤, 적절한 목소리 크기, 천천히 말하기, 정확한 발음 같은 기초 대화 기술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수학은 계산기와 휴대폰 앱을 활용해 실생활 문제 해결로 연결했고, 컴퓨터 활용은 질문하기 자체를 훈련의 일부로 삼았습니다. 또한 연극치료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고, 태권도 활동을 통해 강점을 드러내며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도왔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이 시기는 취업을 위한 준비 이전에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감각을 되찾는 시간이었습니다.
노인케어학과에서 자신감을 배우고 취업에 도전하다
2학년이 되며 김병곤 학생은 노인케어학과를 선택했습니다. 이 선택은 학생의 삶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는 자립하고 싶다는 욕구가 분명했고, 돈을 벌며 사회 안에서 살아가고 싶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노인케어학과는 단순히 기술만 배우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을 돌보는 태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정확한 직무 수행, 책임감 있는 생활 습관까지 함께 요구되는 전공이었습니다.
실습 초기에는 긴장이 여전히 컸습니다. 유니폼을 입고 자신을 소개하는 일조차 머뭇거렸고, 말 더듬 때문에 전달이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일정표를 보고 하루 흐름을 따라가는 능력은 좋았고, 주어진 과제도 성실히 수행했습니다. 세수 돕기, 식사 보조, 옷 갈아입히기, 휠체어 이동 보조, 침구 정리, 청소와 분리수거 등 다양한 직무를 하나씩 익혀 갔습니다. 섬세함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교사의 언어적 도움이 필요했지만, 중요한 것은 못하는 학생이 아니라 도움을 받으면 해낼 수 있는 학생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김병곤 학생은 체력이 좋고 꾸준했습니다. 오랜 시간 서서 일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적었고, 반복되는 업무에도 쉽게 지치지 않았습니다. 돌봄 분야에서는 이런 성실함과 체력이 매우 큰 장점이 됩니다. 여기에 시간이 지나며 긴장감도 눈에 띄게 낮아졌습니다. 예전에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다면, 이제는 천천히라도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려는 시도가 늘어났습니다.
학교는 전공 교육만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교내외 활동 참여도 적극적으로 독려했습니다. 연극 무대, 체육대회, 장기자랑 같은 활동 속에서 학생은 또 다른 성공 경험을 쌓았습니다. 사람들 앞에 서 보는 경험, 친구들과 협력하는 경험, 결과를 통해 칭찬받는 경험이 쌓이며 자존감은 조금씩 올라갔습니다. 실제로 말더듬이 이전보다 상당히 완화되었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결국 학생에게 필요했던 것은 지적보다 경험이었습니다. “너는 왜 못하니”라는 말보다 “너도 할 수 있구나”라는 경험이 훨씬 큰 교육이 되었습니다.
3학년이 되었을 때 변화는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그는 노인요양 관련 이론 지식을 이해하고, 상황에 따라 기본적인 서비스 방법을 설명할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했습니다. 휠체어 이동 돕기, 식사 보조, 위생 지원, 환경 관리, 간단한 대화와 정서 지원 등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기본 직무 수행도 가능했습니다. 학년 초보다 긴장도와 불안이 현저히 감소했다는 평가는 매우 의미가 큽니다.
외부 직업평가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과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능력이 있으며, 높은 이해력과 인지 능력을 바탕으로 요양보호 관련 직무를 잘 수행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였습니다. 물론 말더듬과 빠른 말속도는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은 취업을 막는 치명적인 약점이 아니라, 관리하며 성장해 갈 수 있는 과제가 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그는 면접과 시험을 통과했고 전일제 근무 형태의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학교에서의 3년이 현실의 일자리로 이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요양원 정규직 직장인이 된 오늘, 성장의 의미를 돌아보다
처음 직장에 들어갔을 때는 긴장도 많고 실수도 있었습니다. 낯선 환경, 새로운 동료들, 실제 어르신을 돌봐야 하는 책임감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김병곤 학생은 그 시간을 버텨 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요양원에서 당당히 일하는 정규직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꾸준히 출근하고 맡은 역할을 수행하며, 사회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더 인상적인 점은 졸업 후의 모습입니다. 그는 학교를 자주 찾아옵니다. 후배들에게 직장 이야기를 들려주고, 졸업생 모임에도 참석하며 사회적 관계를 이어 갑니다. 도움을 받던 학생이 이제는 자신의 경험으로 다른 후배를 격려하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취업 성공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집니다. 한 사람이 공동체 안에서 역할을 갖게 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김병곤 학생의 변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말 더듬, 긴장, 낮은 자존감, 미숙한 관계 기술이라는 여러 과제가 있었지만 학교는 문제보다 가능성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학생 역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그는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일하고 관계 맺는 사회인으로 성장했습니다.
발달장애 학생 교육의 목적은 완벽한 사람을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부족함을 관리하며, 사회 안에서 자기 삶의 주인이 되도록 돕는 일입니다. 김병곤 학생의 3년은 바로 그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 주는 값진 사례입니다. 처음에는 말 한마디 꺼내기 어려워하던 학생이 이제는 직장 생활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선배가 되었습니다. 그 변화의 시간은 누군가에게는 교육이었고, 누군가에게는 기다림이었으며, 학생 본인에게는 인생을 바꾸는 도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