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하던 학생, 노인요양원 취업(행동 이해, 행동 바꾸기, 관계)
교실에서 수업의 흐름을 자주 끊던 한 학생의 이야기를 통해 문제행동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발달장애 학생 이수형(가명)이 대학 생활 3년 동안 긍정적 행동지원(PBS)과 사회적 기술 훈련을 통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했는지를 다룹니다. 단순히 행동을 통제하는 접근이 아닌, 행동의 기능을 이해하고 목표지향적 교육을 적용함으로써 학생이 스스로 행동을 조절하고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또한 노인케어학과 전공 선택과 취업으로 이어진 실제 사례를 통해 특수교육이 학생의 삶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특수교육 교사와 부모, 그리고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실질적인 통찰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수업의 흐름을 끊는 행동, 그 이면을 바라보다
수업은 일정한 흐름 속에서 안정적으로 이어질 때 가장 효과적으로 진행됩니다. 교사의 설명과 학생들의 참여가 자연스럽게 연결될 때 학습의 몰입도는 높아지고, 교육적 성과 역시 극대화됩니다. 그러나 실제 교실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방해하는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며, 그 중심에는 종종 특정 학생의 행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단순히 ‘산만함’이나 ‘문제행동’으로 해석되기 쉽지만, 그 이면에는 학생의 정서적 욕구와 사회적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수형(가명)은 바로 그러한 학생이었습니다. 수업 중 갑작스럽게 큰 목소리로 말을 꺼내거나, 주제와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하며 분위기를 흔드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컴퓨터 수업에서는 프로그램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자리를 이탈하는 등 수업의 집중을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러한 행동을 단순히 통제해야 할 문제로 인식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행동이 세상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방식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수교육에서는 이러한 행동을 ‘행동의 기능(Function of Behavior)’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문제행동은 단순히 잘못된 행동이 아니라, 관심을 얻거나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수형의 경우에도 타인의 반응을 유도하고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이해는 교육적 접근의 방향을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으며,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지원하는 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목표 설정과 긍정적 행동지원이 이끈 변화
이수형은 기초적인 학습 능력과 언어 이해력이 양호했으며, 특히 컴퓨터 활용 능력에서 강점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수업 상황에서는 집중력이 짧고 과제 수행이 불안정하게 나타났습니다. 또한 자신의 장애를 수용하지 못하고 일반 대학 진학에 대한 기대를 반복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비현실적인 목표로 보일 수 있었지만, 그 안에는 ‘나는 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자아 인식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교사는 이 목표를 부정하기보다는 교육적으로 재구성하여 구체적인 행동 목표로 전환하였습니다.
설정된 목표는 수업 시간 자리 지키기, 목소리 크기 조절하기, 과제 끝까지 수행하기와 같이 실천 가능한 행동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러한 목표 설정은 자기 조절(Self-regulation)과 목표지향 행동 형성이론에 근거한 접근으로, 학생이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더불어 작은 행동 변화에 대해 즉각적인 칭찬과 격려를 제공함으로써 긍정적 행동지원(PBS)의 원리를 적용하였습니다. 이러한 일관된 지원은 학생의 동기를 강화하고 행동 변화를 지속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또한 전공 선택 과정에서 노인케어학과를 선택하게 된 것은 이수형의 삶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졸업 후 어떤 모습으로 일하게 될까’라는 질문을 수업과 연계함으로써 학습의 의미를 현실적인 미래와 연결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사회적 기술 훈련(Social Skills Training)을 통해 적절한 거리 유지, 눈 맞추기, 대화 순서 지키기, 감정 표현 방법 등을 체계적으로 지도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또래 관계 형성뿐만 아니라 직장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회적 역량을 기르는 데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교사와의 신뢰 관계 역시 행동 변화의 핵심 요인이었습니다. 정서적 지지를 기반으로 한 관계 형성은 학생이 지도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도록 만들었으며, 이는 행동 수정의 효과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수형은 1학년 시기에는 산만한 행동과 관계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2학년이 되면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3학년이 되면서는 행동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자기 조절 능력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행동의 변화가 아닌 삶의 방향을 바꾸다
이수형의 변화는 단기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3년에 걸친 지속적인 지원과 관계 속에서 서서히 형성된 결과였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학교라는 제한된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삶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수형은 노인케어학과를 졸업한 후 노인요양원에 취업하여 안정적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학교에서 익힌 행동 기준과 사회적 기술을 직장에서도 효과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복장과 태도, 의사소통 방식, 동료와의 관계 형성 등은 모두 대학 시절의 교육 경험이 삶 속에서 실현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의 산만함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그는 행동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며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행동 수정을 넘어 자기 조절 능력의 성장과 성숙을 의미합니다. 특수교육의 본질은 빠른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삶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데 있습니다. 방향이 바뀌는 순간,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이수형의 사례는 문제행동을 바라보는 관점이 교육의 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줍니다. 행동을 통제하려는 접근에서 벗어나, 그 의미를 이해하고 학생의 강점과 연결하는 과정 속에서 진정한 성장이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경험은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와 자녀의 성장을 지원하는 부모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오늘도 교실에서 학생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변화를 이끌어가는 모든 분들에게 이 이야기가 작은 희망과 용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