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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경계선 상에 있는 청년 교육적 시사점

장애인의 취업 2026. 4. 14. 15:47

이 글은 발달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선에 서 있는 한 학생의 3년간 대학 생활을 통해 나타난 심리적 갈등과 교육적 의미를 조명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강한슬(가명)은 준수한 외모와 차분한 태도로 또래와 구별되는 인상을 주었지만, 내면에는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지 못하는 깊은 갈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는 학업 능력과 직무 수행 능력에서 우수한 잠재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또래와의 관계 형성이나 자기 수용의 측면에서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자신의 장애를 감추고 일반인과 동일한 삶을 추구하려는 태도는 정체성 형성 과정에서의 부조화를 보여주며, 이는 경계선 지능 및 자폐 스펙트럼 학생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중요한 특징입니다. 본 글은 1학년부터 3학년까지의 상담 및 평가 자료를 기반으로 그의 성장 과정과 변화, 그리고 이러한 학생들을 위한 교육적 접근의 필요성을 탐색합니다. 이를 통해 발달장애 교육이 단순한 취업 지원을 넘어, 자기 이해와 사회적 통합을 돕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경계선에 선 학생을 만나다

강한슬(가명)은 대학 입학 당시 단정한 외모와 차분한 태도로 또래 학생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학생이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그는 특별한 어려움이 없어 보였고, 실제로 전반적인 인지능력과 학습 이해도 역시 우수한 편이었습니다. 언어와 수리 능력, 컴퓨터 활용 능력 등 여러 영역에서 고른 수행을 보이며 학업적 잠재력을 충분히 갖춘 학생이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그가 사회 속에서 독립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3년간의 대학 생활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강한슬이 학교를 ‘선택해서’ 다니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다니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는 또래 학생들과 어울리는 것을 내심 꺼려했으며, 자신의 장애를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부담스러워했습니다. 장애인등록증을 보여주기 싫어하고, 자신을 장애인으로 인식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그의 내면에 존재하는 정체성의 갈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발달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선에 위치한 학생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특징입니다. 이들은 스스로가 일반인과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이를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양가적인 감정을 경험합니다. 강한슬 역시 이러한 경계선상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사무자동학과에서 3년의 교육과정을 성실히 이수했지만, 장애인 고용을 통한 취업을 거부하고 일반인과 동일한 방식의 취업을 선택하였습니다. 현재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고 있으며, 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정의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년간의 성장과 내면의 갈등

강한슬의 1학년 시기는 그의 강점과 제한점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시기였습니다. 그는 전반적인 인지능력이 우수하고 과제 이해 및 수행 능력이 뛰어났지만, 감정과 자기표현이 제한적이었으며 흥미 여부에 따라 수업 참여의 편차가 크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목소리가 작고 표정이나 몸짓과 같은 비언어적 표현이 제한되어 타인과의 의사소통에서 어려움을 보였습니다. 또한 전쟁, 게임, 만화 등 특정 관심사에 치우쳐 있어 다양한 주제에 공감하고 참여하려는 시도가 부족했습니다.

 

자신감 부족 역시 중요한 특징이었습니다. 역할이 주어졌을 때는 책임감 있게 수행할 수 있었지만, 자발적으로 나서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갈등 상황에서도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표현하기보다는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관망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자기 결정력의 부족으로 이어졌으며, 직업생활에서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 그는 학업 능력과 직무 수행 능력에서 더욱 안정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무자동학과 전공 체험에서 컴퓨터 활용 능력과 기능 습득 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적절한 동기부여가 이루어진다면 난이도 있는 업무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여전히 낮은 자존감의 원인으로 작용하였고, 학교 친구들과 자신을 경계 짓는 태도 역시 지속적으로 관찰되었습니다. 

 

3학년 평가에서는 그의 직무 능력이 한층 구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워드와 PPT와 같은 기본적인 컴퓨터 기능은 지시 없이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우수했지만, 엑셀의 복잡한 기능이나 함수 활용에서는 어려움을 보였으며 과제를 끝까지 완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또한 충분히 자발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교사의 지시에 따라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지속되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능력의 부족이라기보다는 자신감과 자기 결정력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그의 정체성에 대한 갈등입니다. 강한슬은 스스로를 장애인으로 인식하지 않으면서도 일반인과는 다른 자신의 모습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양가적인 인식은 취업 선택에서도 나타났습니다. 학교에서는 장애인 고용을 통한 안정적인 취업을 지원하고자 하였으나, 그는 이를 거부하고 일반인과 동일한 조건에서의 취업을 선택하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진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례는 발달장애 교육에서 새로운 접근의 필요성을 시사합니다. 경계선상에 있는 학생들은 전통적인 장애 지원 체계만으로는 충분한 지원을 받기 어렵고, 동시에 일반적인 교육 환경에서도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들의 정체성 형성과 자기 수용을 돕는 심리·정서적 지원, 그리고 선택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맞춤형 진로 지도가 필요합니다.

 

대학 캠퍼스에서 고민하고 있는 학생

경계선 학생을 위한 새로운 교육적 접근

강한슬의 3년간의 대학 생활은 단순한 학업 성취의 기록을 넘어, ‘경계선에 선 학생’이 경험하는 심리적 갈등과 성장의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그는 인지적·기능적 측면에서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자신의 장애를 수용하지 못하는 정체성의 갈등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렸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발달장애 교육이 단순히 직무 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넘어, 자기 이해와 자존감 형성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경계선상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장애인’ 혹은 ‘비장애인’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이 아닌, 개인의 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유연한 교육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자기 수용을 돕는 심리상담, 또래와의 긍정적인 관계 형성, 그리고 자율적인 진로 선택을 지원하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마련될 때 이들은 사회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보다 안정적으로 찾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강한슬은 일반인과 동일한 방식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고 있습니다. 비록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따를 수 있지만, 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요한 여정이기도 합니다. 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경계선에 선 학생들을 위해 우리는 어떤 교육을 제공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이어질 때, 비로소 모든 학생이 자신의 속도와 방식으로 사회 속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