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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할 수 있는 학생이 왜 학교생활을 이어가지 못하는 이유

by 장애인의 취업 2026. 5. 29.

강의실에 혼자 앉아 있는 학생

 

발달장애 학생을 지도하다 보면 학습 능력과 실제 학교생활 적응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 경우를 자주 만나게 됩니다. 어떤 학생은 인지 능력과 언어 이해가 안정적이고 특정 영역에서 뛰어난 수행 능력을 보이기도 하지만, 정작 학교생활과 대인관계, 자기 조절 영역에서는 지속적인 어려움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이번 글은 뛰어난 컴퓨터 활용 능력과 안정적인 이해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불안과 실행기능의 어려움, 사회적 의사소통의 제한이 점차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학교생활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던 한 학생의 사례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과제분석, 행동조절 훈련, 반복학습, 정신과적 치료 연계 등 실제 교육 현장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지원 과정을 중심으로, 특수교육에서 교육과 치료의 경계가 왜 중요한지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학생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가정·의료가 함께 연결되는 다학문적 접근의 필요성을 실제 사례를 통해 정리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던 학생

이규환(가명)을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느껴졌던 부분은 기본적인 이해 능력이 안정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언어 이해와 표현이 가능했고, 컴퓨터 활용 능력도 뛰어난 편이었습니다. 시각적 자료를 활용한 과제 수행에서도 비교적 정확한 모습을 보였으며, 일상생활 기능과 기본적인 수 개념 역시 안정적으로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대학 생활도 충분히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다른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교사의 시연을 끝까지 듣지 않고 스스로 판단해 행동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상대 반응과 관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반복하거나 같은 질문을 형태만 바꾸어 여러 번 이어가는 모습도 자주 나타났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산만함처럼 보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의집중과 사회적 의사소통 방식에서 지속적인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특히 친구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반복되었습니다. 어울리고 싶어 하는 의지는 있었지만 상호적인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고, 자신의 생각 중심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 관계가 깊게 이어지기 어려웠습니다. 이 시기부터 교육 방향도 단순한 학습 지원보다 사회적 의사소통과 자기 조절 능력을 함께 다루는 방향으로 조정되기 시작했습니다.

불안이 커질수록 행동 조절은 더 어려워졌다

2학년에 들어서면서 규환이의 어려움은 더욱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불안과 걱정이 행동으로 연결되면서 반복적인 질문, 산만한 움직임, 집중의 어려움이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강의실 안을 계속 서성거리거나 혼잣말을 반복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자신의 생각 안에 오래 머무르는 모습도 자주 관찰되었습니다.

 

가정에서는 부모님에게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는 상황도 반복되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단순한 행동 문제가 아니라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의 어려움과 정서적 불안이 함께 나타나는 상태에 가까웠습니다. 규환이는 과제 내용을 이해하는 능력은 있었지만, 행동을 계획하고 조절하며 과정을 점검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을 보였습니다. 과정보다 결과를 급하게 수행하려 하거나, 멈춰야 하는 상황에서도 행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지도 방식도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과제를 작은 단계로 나누는 과제분석(Task Analysis)을 적용했고, 행동 전에 잠시 멈추고 생각하는 연습을 반복적으로 진행했습니다. 또한 반복 수행을 통해 절차기억을 형성하도록 도와 안정적인 행동 패턴을 만들기 위한 훈련도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반복적인 실습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지만, 새로운 상황에서는 배운 행동이 쉽게 일반화되지 않는 한계도 나타났습니다.

교육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규환이의 어려움은 단순한 행동 문제 수준을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현실과 자신의 생각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보이는 모습이 증가했고, 혼잣말의 빈도와 강도도 점차 높아졌습니다. 대화 흐름과 관계없는 이야기를 반복하거나 자신의 생각 속에 오래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학교생활 유지 자체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이 시기부터는 교육적 접근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이 존재한다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결국 가정과 협의를 통해 정신과적 진료와 약물치료가 함께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일시적으로 안정되는 모습도 나타났지만, 변화가 지속되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3학년 과정에서는 학교 공동체 안에서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고 학업을 끝까지 이어가지는 못했습니다. 이 과정은 교육 현장에서 매우 현실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부분과 연결됩니다. 학생에게 필요한 지원이 단순한 교육인지, 의료와 치료가 함께 연결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생각보다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례가 남긴 것은 실패보다 지원의 방향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규환의 사례는 특수교육 현장에서 중요한 질문 하나를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교육만으로 가능한 영역은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입니다. 규환이는 분명 가능성을 가진 학생이었습니다. 이해 능력과 수행 능력이 있었고, 특정 영역에서는 또래보다 뛰어난 모습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이해의 어려움, 자기 조절의 제한, 정신과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면서 단순한 교육 지원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사례를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었던 부분은 특수교육에서는 교육·가정·의료가 함께 연결되는 다학문적 접근(multidisciplinary approach)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학생에게 필요한 지원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한 교육 과정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비록 규환이는 학업을 끝까지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이 사례를 단순한 실패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교육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현실적인 사례에 더 가까웠습니다.

 

특수교육은 모든 문제를 학교 안에서 해결하는 과정이 아니라, 학생에게 필요한 지원을 가장 적절한 시기에 연결하는 과정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규환의 이야기는 앞으로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더 빠르고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중요한 경험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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