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전날 밤, 세진이(가명)의 어머니로부터 걸려 온 전화 한 통은 20년 교직 생활 중 가장 먹먹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교수님, 세진이가 내일 졸업하기 싫대요. 학교 가는 길도 잊어버린 것 같다고 하고, 이제 어른이 되어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는 게 너무 무서워서 밤새 울어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어머니의 떨리는 목소리는, 3년의 교육 과정 끝에 마주한 '성인기'라는 이름의 거대한 무게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교실에서 누구보다 성실하게 기술을 익히고, 묵묵히 자신의 몫을 다해왔던 세진이. 그런 세진이조차 졸업장을 손에 쥐는 순간,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낙인과 '성인'이라는 책임 사이에서 파도처럼 밀려오는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입니다. 우리는 늘 성공적인 취업과..
새로운 과제나 활동 앞서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주저앉는 청년들을 마주할 때마다, 교단에 선 제 마음 한구석은 늘 저려옵니다. 발달장애 청년들의 발목을 거칠게 붙잡는 진짜 장벽은 실제 지적 능력의 한계가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실패의 상처'인 경우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반복되는 실패 경험은 아이들의 자존감을 철저히 무너뜨리고, 결국 스스로에게 "나는 원래 안 되는 사람이야"라는 뼈아픈 낙인을 내면에 깊게 새기게 만듭니다. 읽기 학습에서 한 글자도 제대로 읽지 못해 입을 닫아버리던 민지 학생, 사소한 과제 앞에서도 "모르겠어요"라며 회피하던 주희 학생, 그리고 겉보기엔 그저 얌전하고 순종적이지만 새로운 시도마다 겁을 먹던 준표 학생의 공통점은 명확했습니다. 이들은 게으른 것이 아니라,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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