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강의실 문 앞에서 멈춰 서게 되는 순간
호산나대학 생활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어느덧 1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1년 사이 1학년, 2학년, 3학년 모든 학생들을 만나면서 행복한 추억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호산나대학에서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같은 교실 안에 있어도, 학생마다 가지고 있는 고민과 속도는 모두 다릅니다. 어떤 학생은 조용히 수업을 따라오지만 마음속 불안이 크고, 어떤 학생은 겉으로는 활발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꺼내지 못합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학생들을 만나다 보면,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수형이(가명)는 그런 학생이었습니다. 어느 날, 강의실 문을 열기 전이었습니다.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아, 진짜! 이거 왜 안 돼?
난 여기 안 다닐 거예요. 일반 대학 갈 거예요.”
문을 열자 컴퓨터 앞에 앉아 씩씩거리는 수형이가 보였습니다. 그날은 그냥 지나갈 수 없는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에 띄는 행동, 그리고 낯선 방식
수형이는 강의실에서 늘 눈에 띄는 학생이었습니다. 다만 그 방식이 조금 달랐습니다. 수업 중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꺼내거나, 큰 목소리로 혼잣말처럼 말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친구들과의 거리도 가끔은 너무 가까웠습니다. 본인은 장난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산만한 행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집중력이 부족한 학생이라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수업을 계속 지켜보다 보니 그 행동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수형이는 분명히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어 했습니다.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그 표현 방법이 서툴렀던 것뿐이었습니다.
“나는 여기 사람이 아니에요”라는 말의 의미
수형이는 자주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저는 일반 대학 갈 거예요.” 처음에는 단순한 목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반복될수록 그 말의 느낌이 달랐습니다. 그 말은 지금의 자신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수업에는 참여하지만 마음은 멀리 떨어져 있는 느낌, 현재를 버티는 것이 아니라 피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때 조금씩 이해하게 됐습니다. 수형이는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더 강하게 부정하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작은 약속 하나부터 시작하기
그래서 저는 방향을 바꿨습니다.
큰 목표나 진로 이야기를 하기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지각하지 않기”
“과제 하나만 끝까지 해보기”
아주 사소한 목표였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하나씩 지켜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짧게 말해줬습니다.
“이건 네가 한 거야.”
크게 칭찬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그 행동이 이어질 수 있도록 조용히 반복했습니다.
몸으로 배우는 시간
수형이는 앉아서 오래 집중하는 것보다
직접 움직일 때 훨씬 잘 반응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래서 수업 방식을 조금 바꿨습니다.
화폐를 직접 만져보고, 숫자를 움직이며 익히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참여하던 모습이었지만, 점점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문제를 맞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해봤다”는 경험이었습니다.
그 경험이 쌓이면서 수형이의 태도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마음을 꺼내는 연습
수형이는 자신의 감정을 직접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연극 활동과 같은 방식도 함께 활용했습니다.
역할을 맡아 이야기할 때는 자신의 생각을 훨씬 자연스럽게 꺼냈습니다.
“이럴 때 기분이 안 좋아요”
“이건 싫어요”
짧은 말이었지만, 그동안 쌓여 있던 감정이 조금씩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만드는 변화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자기 방식대로 행동했다면, 이제는 조금씩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운동 활동을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고, 웃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억지로 관계를 만들지 않아도 같이 있는 시간이 관계를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달라진 한마디
어느 날 수형이가 말했습니다.
“교수님, 이거 제가 한번 해볼게요.”
짧은 말이었지만, 그 말은 이전과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누군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해보겠다는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수형이가 조금은 자기 자신을 믿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론: 한 걸음의 방향
수형이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습니다.
산만한 모습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피하기보다 한 번 더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그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은 모든 것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한 걸음의 방향을 바꾸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마무리하며 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하고 계신 선생님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부모님들께
이 이야기가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성장은 눈에 보이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멈춘 것은 아닙니다.
오늘도 누군가의 한 걸음을 기다리고 계실 여러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