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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장애 학생과 함께한 1년(부모의 설득, 원반 선생님과 공조, 1년의 기적)

by 3분 정보창고 2026. 3. 16.

"아이의 비명에 귀를 기울이다"
교직 생활 20년.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아이를 만났습니다. 누군가는 저를 베테랑이라 부르지만, 저는 매일 아침 교실 문을 열 때마다 설렘보다 앞서는 두려움과 마주합니다. 아이들의 장애는 정체되어 있지 않고, 그들의 고민은 매번 다른 옷을 입고 저에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먼저 오늘 만날 학생이 가지고 있는 틱장애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해 볼게요.

  • 틱장애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특정 근육을 움직이거나(근육 틱) 소리를 내는(음성 틱) 상태가 반복되는 신경 발달 질환입니다.
  • 불수의적 행동: 재채기나 딸꾹질처럼 억지로 참으려 할수록 내적 긴장감이 커지며, 결국 터져 나와야 해소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 왁싱 앤 웨이닝(Waxing & Waning): 증상이 심해졌다가 완화되기를 반복하며, 스트레스, 흥분, 피로 상황에서 더욱 악화됩니다.
  • 일시적 억제 가능: 학교나 공공장소에서 잠시 참을 수는 있으나, 이후 긴장이 풀리는 편안한 장소(집 등)에서 증상이 몰려나오기도 합니다.
  • 전구 충동: 증상 직전 신체 특정 부위에 답답함이나 가려움 같은 감각적 신호가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년에 만난 6학년 형수(가명)의 사례는 제 교사 인생에서 유독 긴 밤을 지새우게 했던 기록입니다. 형수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상한 소리를 내는 음성 틱(Vocal Tic)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초에 한 번꼴로 터져 나오는 "큼, 큼!" 하는 헛기침 소리는 교실의 정적을 사정없이 깼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들어 자기 영역이 예민해진 6학년 또래 아이들에게 그 소리는 '이해해야 할 아픔'이 아니라 '내 공부를 방해하는 짜증 섞인 소음'이었습니다. 무시와 따돌림이라는 거친 파도 앞에 홀로 서 있던 형수를 위해 제가 선택한 첫 번째 단추는 '부모님과의 진심 어린 연대'였습니다.

 

부모의 설득 : "약물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전문가의 진단"

형수의 틱은 긴장도가 높아지면 1초에 한 번씩 기침이 터질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교실 안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쏠린다는 압박감이 다시 틱을 부르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 있었죠. 저는 형수 어머니를 조용히 상담실로 모셨습니다. 어머니의 눈에는 불안과 방어 기제가 가득했습니다.

 

① "약물 복용은 나중 일입니다, 상담부터 시작하시죠"
저는 어머니께 솔직하고도 단호하게, 그러나 따뜻하게 말씀을 건넸습니다.

"어머니, 지금 형수의 틱 증상을 줄여주지 않으면 중학교에서는 더욱더 문제가 많아집니다. 초등학교보다 훨씬 예민하고 거친 시기니까요. 하지만 지금 당장 약물 복용을 결정하라고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약물 복용을 먼저 고민하지 마시고, 의사와 상담을 먼저 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약을 먹을지 말지는 전문가와 상담한 그 이후에 결정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일단 상담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이 제안은 어머니의 팽팽했던 긴장감을 녹였습니다. '약을 먹여야 한다'는 강요가 아니라 '아이의 미래를 위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제안은 부모님을 움직이게 했습니다. 결국 형수는 전문 병원을 찾았고, 정확한 진단 하에 약물 치료를 병행하며 학교에서의 환경 중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② 교실 내 '세이프 존(Safe Zone)' 운영
약이 뇌의 흥분을 가라앉힌다면, 교실 환경은 아이의 불안을 잠재워야 합니다. 우리는 형수가 증상이 심해질 때 선생님 눈치를 보지 않고 잠시 나갈 수 있는 권리를 주었습니다. 복도 끝 조용한 상담실을 형수만의 '쉼표' 공간으로 지정했습니다. "언제든 나갈 수 있다"는 안도감만으로도 형수의 틱 빈도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부모님과 상담을 하고 있는 특수교사

원반 선생님과의 비밀 공조: "따돌림의 벽을 허무는 전략"

6학년 아이들은 저학년보다 훨씬 영악하고 자기중심적입니다. 형수의 기침 소리를 '장애'가 아닌 '민폐'로 인식하는 학급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원반 선생님과 저는 매 점심시간 식판을 마주하며 머리를 맞댔습니다.

 

① '틱'을 '뇌의 재채기'로 재정의하기
우리는 아이들에게 틱을 전문 용어가 아닌 쉬운 비유로 설명했습니다.
"얘들아, 재채기가 나오려고 할 때 참을 수 있는 사람 있니? 틱은 형수의 잘못이 아니라, 뇌에서 나오는 재채기 같은 거야. 형수가 제일 힘들단다." 이 비유는 아이들이 형수의 행동을 '고의적인 방해'가 아닌 '조절할 수 없는 생리 현상'으로 인식하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② 학급 리더들을 향한 도움 요청
학급에서 목소리가 크고 리더십이 있는 아이들을 따로 불렀습니다. 혼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에게 '임무'를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민우(가명)야, 선생님이 보기에 넌 참 멋진 리더야. 네가 형수 곁에서 방패가 되어주지 않을래? 네가 형수를 이해해 주면 다른 친구들도 다 따라 할 거야."  사춘기 아이들의 정의감을 자극한 이 전략은 적중했습니다. 민우가 형수 옆에서 "그거 그냥 기침이야, 신경 쓰지 마"라고 한마디 해주는 순간, 교실의 차가운 공기는 온기로 변했습니다.

1년의 끝에서 만난 기적: "장애가 있어도 괜찮은 교실"

지난 1년은 저와 원반 선생님, 그리고 형수 가족에게 전쟁터와 같았습니다. 어떤 날은 증상이 도져 절망했고, 어떤 날은 아이들의 작은 배려에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① 1초의 침묵보다 값진 1초의 공감
형수의 헛기침 소리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교실 안에서 그 소리 때문에 얼굴을 찌푸리는 친구는 없습니다. 틱 증상이 나타나도 아이들은 자기 할 일을 하며 형수가 스스로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줍니다. 완치가 목적이 아니라, '증상이 있어도 함께 살 수 있는 법'을 모두가 배운 것입니다.

 

② 20년 차 교사가 배운 '기다림의 미학'
특수교육은 장애를 지우는 지우개가 아닙니다. 장애라는 불편함을 안고도 아이가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주변의 토양을 다지는 과정입니다. 형수는 이제 졸업하여 중학교라는 더 넓은 바다로 나갑니다. 형수가 6학년 교실에서 배운 것은 수학 공식이 아니라,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단단한 믿음이었을 것입니다.

 

마치며: 세상의 모든 '형수'를 기다리는 분들에게
틱장애 학생을 지도하며 매일 반복되는 소리에 지쳐가는 선생님들, 그리고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가슴이 무너지는 부모님들. 여러분의 고통을 감히 다 안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약물 치료와 환경 중재, 그리고 무엇보다 '교사와 부모의 단단한 연대'가 있다면 아이는 반드시 제 자리를 찾을 것입니다.

 

오늘도 묵묵히 교실을 지키시는 여러분의 발걸음을 20년 차 선배 교사가 온 마음 다해 응원합니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계절에 꽃을 피웁니다. 우리는 그저 그 꽃이 피어날 흙이 마르지 않게 물을 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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