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청년의 직업교육을 하다 보면 설명을 들을 때는 이해한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작업을 시작하면 순서를 놓치는 학생을 만나게 됩니다. 업무 담당자는 방금 알려준 내용을 왜 기억하지 못하느냐고 답답해하고, 학생은 다시 물어보면 혼날 것 같아 눈치를 봅니다. 같은 설명이 반복될수록 두 사람 모두 지치기 쉽습니다. 제가 지도했던 도윤(가명)도 구두 지시를 들은 직후에는 “네, 알겠습니다”라고 또렷하게 대답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을 위해 작업 순서를 다시 물으면 비교적 정확하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컴퓨터를 켜고 실제 업무를 시작하면 중간 단계가 빠지거나 순서가 뒤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설명을 충분히 듣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시할 때 집중하도록 주의를 주고, ..
직업교육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모르면 물어보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발달장애 학생들을 지도해 보니 이 말은 생각보다 많은 능력을 전제로 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차려야 하고, 하던 일을 멈출 시점을 판단해야 하며, 누구에게 어떤 말로 질문할지도 정해야 합니다. 질문한 뒤에는 상대방의 설명을 듣고 다시 업무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자연스러운 행동처럼 보이지만, 일부 발달장애 청년에게 도움 요청은 별도의 연습이 필요한 직장생활 기술이었습니다. 민호(가명)는 사무보조 실습에 참여했던 학생입니다. 약속 시간을 잘 지키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도 끝까지 하려는 편이었습니다. 문서를 종류별로 분류하거나 사무용품을 정해진 위치에 정리하는 일은 몇..
교실 안에서 가장 분주하고 존재감이 컸던 학생을 떠올려봅니다. 김영민(가명) 학생은 입학 초기부터 주변의 모든 자극에 즉각 반응하며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작은 일에도 감정 기복을 드러내어 또래 관계와 수업 분위기를 흔들곤 했습니다. 많은 이들은 이러한 학생을 단순한 '문제행동 학생'으로 규정하고 통제하려 듭니다. 그러나 20년 특수교육 현장에서 마주한 진실은 다릅니다. 거칠고 산만한 행동 이면에는 뛰어난 잠재력과 인정받고 싶은 강한 열망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민 학생의 사례를 통해, 사무자동화 직무 교육과 체계적인 피드백이 어떻게 산만한 학생을 단단한 사무직 직장인으로 변모시켰는지 그 성장의 궤적을 짚어봅니다.1. 산만함 뒤에 감춰진 뚜렷한 강점과 자존감의 상처김영민 학생은 교실에서 가만히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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