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청년의 직업교육을 하다 보면 설명을 들을 때는 이해한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작업을 시작하면 순서를 놓치는 학생을 만나게 됩니다. 업무 담당자는 방금 알려준 내용을 왜 기억하지 못하느냐고 답답해하고, 학생은 다시 물어보면 혼날 것 같아 눈치를 봅니다. 같은 설명이 반복될수록 두 사람 모두 지치기 쉽습니다. 제가 지도했던 도윤(가명)도 구두 지시를 들은 직후에는 “네, 알겠습니다”라고 또렷하게 대답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을 위해 작업 순서를 다시 물으면 비교적 정확하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컴퓨터를 켜고 실제 업무를 시작하면 중간 단계가 빠지거나 순서가 뒤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설명을 충분히 듣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시할 때 집중하도록 주의를 주고, ..
직업교육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모르면 물어보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발달장애 학생들을 지도해 보니 이 말은 생각보다 많은 능력을 전제로 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차려야 하고, 하던 일을 멈출 시점을 판단해야 하며, 누구에게 어떤 말로 질문할지도 정해야 합니다. 질문한 뒤에는 상대방의 설명을 듣고 다시 업무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자연스러운 행동처럼 보이지만, 일부 발달장애 청년에게 도움 요청은 별도의 연습이 필요한 직장생활 기술이었습니다. 민호(가명)는 사무보조 실습에 참여했던 학생입니다. 약속 시간을 잘 지키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도 끝까지 하려는 편이었습니다. 문서를 종류별로 분류하거나 사무용품을 정해진 위치에 정리하는 일은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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