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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해보는 경험이 부족했던 학생의 변화

by 장애인의 취업 2026. 5. 18.

발달장애 학생을 지도하다 보면 능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스스로 해본 경험이 부족해 작은 일에도 쉽게 도움을 요청하는 학생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특히 보호 중심 환경에 오래 있었던 학생들은 혼자 시도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소한 일에도 반복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던 학생이 작은 성공 경험을 통해 점차 스스로 시도하기 시작했던 변화 과정을 중심으로, 단계적 과제 제시 방법, 체험 중심 수업, 사회적 관계 형성 지도 등 실제 교육 현장에서 적용했던 다양한 방법들을 함께 담았습니다. 단순한 성공 사례가 아니라 발달장애 학생의 자립이 왜 느리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왜 기다림이 중요한지를 현실적인 관점에서 정리하였습니다.

혼자 할 수 있는데도 반복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던 학생

지호(가명)는 첫인상이 밝은 학생이었습니다. 눈웃음이 많았고 사람을 좋아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수업이 시작되면 작은 일에도 반복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교수님, 이것 좀 해주세요.” “교수님, 잘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의존성이 강한 학생이라고 생각하기 쉬웠습니다. 그런데 시간을 두고 지켜보니 조금 다른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호는 실제 수행 능력이 아주 낮은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평가 기록을 살펴보아도 참여도와 자발성이 부족하다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점차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호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본 경험 자체가 부족한 학생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발달장애 학생들 중에는 주변의 도움 속에서 생활하다 보니 스스로 시도해 볼 기회 자체가 적었던 경우가 많습니다. 실패를 막아주려는 보호가 반복되면서 오히려 “혼자 해보는 경험”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호 역시 그런 모습에 가까웠습니다.

작은 성공 경험을 반복하기

그래서 교육 방향을 조금 바꾸기로 했습니다. 처음부터 많은 것을 요구하기보다 아주 작은 성공 경험을 반복적으로 제공하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자전거 보호대 착용 활동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보호대를 착용하는 과정 전체를 어려워했습니다. 하지만 과제를 세분화하자 학생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헬멧 쓰기, 무릎 보호대 착용하기, 팔꿈치 보호대 정리하기처럼 단계를 나누고 하나씩 성공할 때마다 즉시 피드백을 제공했습니다.

“지호야, 방금 이건 네가 혼자 한 거야.”

처음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전보다 먼저 시도하려는 모습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특수교육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느끼는 점 중 하나는 학생의 자립은 거창한 변화보다 아주 작은 성공 경험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의존성이 강한 학생들에게는 “할 수 있다”라는 말보다 실제로 스스로 해낸 경험이 훨씬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몸으로 배우는 활동 안에서 달라지기 시작한 태도

지호는 단순 설명만 반복되는 수업에서는 집중을 오래 유지하기 어려워했습니다. 반면 직접 움직이고 만지는 활동에서는 훨씬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체험 중심 활동을 수업 안에 최대한 많이 넣으려 했습니다. 강의실 안에 작은 화폐 은행을 만들고 실제 돈을 주고받는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고, 바닥에 수직선을 붙여 숫자의 개념을 몸으로 익히는 활동도 반복했습니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참여하던 지호가 시간이 지나면서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몸을 움직이며 배우는 활동 안에서는 실패에 대한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게 느끼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발달장애 학생들 중에는 언어 중심 설명보다 직접 경험하는 과정 안에서 훨씬 안정적으로 학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호 역시 직접 움직이고 경험하는 활동 안에서 이전보다 자신감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교수님, 제가 했어요”라고 말하던 순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운동화 끈을 혼자 묶었던 날입니다. 처음에는 몇 번 시도하다가 금방 포기하려 했습니다. 손 움직임도 서툴렀고, 과정 자체를 복잡하게 느끼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예전 같으면 바로 도움을 요청했을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조금 달랐습니다. 여러 번 실패하면서도 다시 시도했고, 옆에서 기다려주는 시간 속에서 결국 혼자 끈을 묶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했습니다.

“교수님, 제가 했어요.”

 

어쩌면 다른 사람에게는 매우 작은 장면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특수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나온 입장에서 보면 이런 순간들이 학생 삶을 바꾸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 대신 해주는 경험보다 “내가 직접 해냈다”라는 기억은 훨씬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관계 형성 역시 천천히 시작

지호 지도는 생활 기술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회적 관계 형성 역시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름 묻기, 전화번호 물어보기, 같이 활동할지 제안하기 같은 아주 기본적인 의사소통 연습부터 시작했습니다. 이후에는 운동 활동을 함께 진행했습니다. 스쿼트나 버피테스트, 벤치프레스 같은 활동 안에서 또래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할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라이딩이나 카페 활동처럼 실제 지역사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에서는 이전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물론 여전히 서툰 부분은 많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시 의존적인 모습이 나타나는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처럼 바로 도움부터 요청하기보다 먼저 스스로 해보려는 모습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변화였습니다.

특수교육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기다림

특수교육은 빠른 결과가 바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교사도 부모도 불안해집니다. 정말 변화하고 있는지, 지금 방향이 맞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나며 느낀 점은 성장의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지호 역시 하루아침에 달라진 학생은 아닙니다. 지금도 여전히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전처럼 모든 상황에서 누군가의 도움만 기다리지는 않습니다. 혼자 해보려는 시도 자체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특수교육은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과정이 아니라 학생이 “나도 해볼 수 있다”라는 감각을 경험하도록 돕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발달장애 학생들의 자립은 생각보다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하지만 작은 성공 경험은 분명 학생 삶 안에 남게 됩니다. 오늘도 학생 곁에서 같은 설명을 반복하며 기다리고 있는 교사들과 부모님들에게 이 이야기가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지호가 신발 끈을 묶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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