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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는 낯선 사람이 갑자기 접근하는 방식으로만 일어나지 않습니다. 친구나 연인을 가장해 친밀감을 쌓은 뒤 사진, 개인정보, 계정 비밀번호를 요구하거나 비밀을 지켜 달라고 압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순히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기보다 위험한 부탁을 알아차리고 대화를 멈추며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을 반복해서 가르쳐야 합니다. 성인 발달장애 학생을 지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 그루밍의 징후, 구체적인 예방교육 방법, 피해가 발생했을 때 증거를 보존하고 신고·삭제 지원을 받는 절차를 알아보겠습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친절이 위험한 부탁으로 바뀔 때

발달장애인의 스마트폰 사용을 지도하다 보면 보호자에게서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지 못하게 하면 안전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그러나 실제 디지털 성범죄는 처음부터 위협적인 모습으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같은 취미가 있다고 말하거나 외모를 칭찬하고, 고민을 들어주며 친밀한 관계를 만든 뒤 조금씩 요구의 수위를 높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상담과 지도 장면을 바탕으로 일부 상황을 바꾸어 재구성한 사례가 있습니다. 한 성인 발달장애 학생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알게 된 사람과 매일 메시지를 주고받았습니다. 상대방은 처음에는 좋아하는 가수와 음식에 관해 물으며 다정하게 대화했습니다. 며칠 뒤에는 얼굴 사진을 보내 달라고 했고, 학생이 사진을 보내자 잠옷을 입은 모습과 신체가 더 드러나는 사진을 요구했습니다.

 

상대방은 “우리는 특별한 사이니까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안 돼”라고 했습니다. 학생은 비밀을 지키는 것이 좋은 친구가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평소 교실에서 낯선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는 교육은 받았지만, 온라인에서 매일 대화한 상대를 더 이상 낯선 사람이라고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를 알게 된 뒤 학생에게 왜 사진을 보냈느냐고 추궁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사진을 요구한 사람이 잘못한 것이고, 지금 말해 준 것은 잘한 행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다음 대화 내용과 상대방의 계정 정보를 확인하고 보호자와 함께 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순간 필요한 것은 질책이 아니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차분한 대응입니다.

온라인 그루밍은 작은 부탁부터 시작됩니다

온라인 그루밍은 친밀감과 신뢰를 이용해 상대방을 통제하고 성적인 행동이나 자료를 요구하는 과정입니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경계하지 않도록 부탁의 강도를 조금씩 높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름, 학교, 직장, 사는 지역을 묻다가 얼굴 사진과 영상통화를 요구하고, 이후에는 신체 사진이나 성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식입니다.

 

발달장애인은 상대방이 사용한 문장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호의와 조종을 구분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크거나 거절하면 관계가 끝날 것이라고 불안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발달장애인을 쉽게 속는 사람으로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위험 신호와 대처 방법을 구체적으로 배울 기회가 부족했던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 확인해야 할 위험 신호 연습할 대처 행동
우리 대화는 둘만의 비밀이야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게 막는 말 대화를 멈추고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알리기
사진 한 장만 보내 줘 사진 요구가 점점 사적인 내용으로 바뀌는지 확인 보내지 않고 “싫어요”라고 말하기
사랑하면 이 정도는 해야지 관계를 이용해 행동을 강요하는 말 사랑과 동의는 다르다는 규칙 떠올리기
말하면 사진을 퍼뜨릴 거야 사진 유포를 빌미로 한 협박 돈이나 사진을 더 보내지 말고 즉시 도움 요청하기
비밀번호나 인증번호를 알려 줘 계정과 개인정보를 빼앗으려는 요구 알려주지 않고 보호자나 담당자에게 확인하기

특히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말하지 마”, “지금 당장 보내지 않으면 헤어질 거야”, “네가 먼저 보냈으니 너도 잘못이야”라는 말은 중요한 위험 신호입니다. 상대방이 실제 친구나 연인이라도 원하지 않는 사진과 행동을 요구할 권리는 없습니다. 이미 사진을 보냈더라도 추가 요구를 따라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스마트폰을 빼앗는 것보다 멈춤 절차를 가르쳐야 합니다

피해를 걱정한 보호자가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장은 위험한 대화를 차단할 수 있지만, 학생이 다른 기기를 사용하거나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같은 문제가 다시 생길 수 있습니다. 피해 사실을 말하면 휴대전화를 빼앗긴다는 경험이 쌓이면 오히려 위험한 상황을 숨길 가능성도 커집니다.

 

저는 온라인에서 불편한 요구를 받았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과정을 ‘멈추기, 보여주기, 도움받기’로 나누어 연습했습니다. 첫째, 사진이나 개인정보를 보내지 않고 대화를 멈춥니다. 둘째,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메시지를 보호자나 교사, 담당자에게 보여줍니다. 셋째, 필요한 경우 계정을 차단하고 신고하며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습니다. 이 과정은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실제 메시지 형태로 연습하는 편이 효과적이었습니다. “사진 보내 줘”, “우리끼리 만나자”, “인증번호를 알려 줘”와 같은 가상의 메시지를 보여준 뒤 학생이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처음에는 위험한 메시지와 평범한 대화를 모두 차단해야 한다고 답하던 학생도 반복하면서 부탁의 내용과 비밀을 강요하는 표현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거절 문장은 길지 않아야 합니다. “싫어요. 보내지 않을 거예요”, “혼자 결정하지 않고 확인할 거예요”, “이 대화는 보호자에게 보여줄 거예요”처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문장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말을 입력하기 어렵거나 두려움이 큰 경우에는 답장을 하지 않고 화면을 닫은 뒤 미리 정한 사람에게 휴대전화를 보여주는 행동만 연습해도 됩니다.

 

가정에서는 도움을 요청할 사람을 두세 명 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보호자 한 사람에게만 의존하면 연락이 되지 않을 때 대응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가족, 담임교수, 직장 담당자 가운데 학생이 신뢰하는 사람을 정하고 연락처를 휴대전화 즐겨찾기에 저장해 두면 실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기 쉬워집니다.

피해를 알게 된 직후 무엇을 해야 할까요

사진이나 영상이 이미 전송되었거나 협박을 받고 있다면 혼자 해결하려고 돈을 보내거나 추가 사진을 보내서는 안 됩니다. 상대방의 요구를 한 번 들어주면 끝날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요구가 반복되거나 더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급한 마음에 계정과 대화 내용을 모두 삭제하기 전에는 신고와 지원에 필요한 정보를 안전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계정 이름, 프로필 주소, 대화한 날짜와 시간, 요구와 협박이 나타난 메시지, 게시물의 인터넷 주소를 기록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다만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을 여러 사람에게 전달하거나 교직원 단체 대화방에 공유해서는 안 됩니다. 불법 촬영물이나 성적 허위영상물임을 알면서 저장·시청하거나 다시 유포하는 행위도 법적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필요한 증거의 범위와 보존 방법은 경찰이나 전문 지원기관의 안내를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상황 도움을 요청할 곳 지원 내용
현재 협박을 받거나 신변이 위험한 경우 경찰 112 긴급신고와 현장 보호 요청
온라인 신고와 수사 상담이 필요한 경우 경찰청 ECRM 또는 가까운 경찰서 사이버범죄 신고·상담과 수사 절차 안내
유포 피해 상담과 삭제 지원이 필요한 경우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피해 상담과 삭제지원 절차 연계
긴급한 보호와 여성폭력 상담이 필요한 경우 여성긴급전화 1366 365일 24시간 상담과 관련 기관 연계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의 온라인 신고는 피해자 본인이 이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가족 등 대리인이 신고해야 한다면 가까운 경찰서를 방문해 절차를 안내받는 것이 좋습니다. 발달장애인이 피해 내용을 설명하기 어렵더라도 보호자가 모든 말을 대신하기보다 당사자가 이해할 수 있는 문장과 질문으로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보호자와 교사는 피해 사실을 여러 사람에게 자세히 알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지원을 위해 꼭 알아야 하는 담당자에게만 공유하고, 사진이나 대화 내용을 개인 휴대전화에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왜 그런 대화를 했어?”라는 질문보다 “말해 줘서 고마워. 지금부터 같이 해결할게”라는 말을 먼저 건네야 합니다.

신고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가장 중요한 예방교육입니다

발달장애인의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한다는 이유로 인간관계와 스마트폰 사용을 모두 차단할 수는 없습니다. 온라인 공간은 친구와 소통하고 정보를 찾으며 사회생활을 이어가는 중요한 생활공간이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것은 사용 금지가 아니라 위험한 부탁을 알아차리고 멈춘 뒤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준입니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며 느낀 것은 위험을 완벽하게 피하는 능력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숨기지 않는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진을 보내거나 상대방을 믿었다는 이유로 혼날 것이라고 생각하면 피해자는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실수했더라도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경험이 있으면 더 이른 단계에서 위험을 알릴 수 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의 책임은 친밀감과 장애 특성을 이용해 사진과 성적인 행동을 요구하거나 협박한 사람에게 있습니다. 피해를 입은 발달장애인에게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됩니다. 반복적인 상황 연습, 짧은 거절 문장, 도움을 요청할 사람과 기관을 미리 정해 두는 교육이 자신의 몸과 개인정보를 지키는 힘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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