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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와 상담하다 보면 친구 관계에 관한 걱정을 자주 듣습니다.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이용당할까 불안하고, 작은 다툼에도 크게 상처받는 모습을 보면 부모가 직접 해결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실제로 제가 지도했던 한 학생도 친구와 갈등이 생길 때마다 부모에게 연락했고, 부모가 상대 학생이나 교사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관계를 정리해 주곤 했습니다. 당장은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학생은 점점 더 사소한 갈등도 혼자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친구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부모가 개입하느냐보다 언제 보호하고, 언제 조언하며, 언제 기다려야 하는지를 구분하는 일입니다.

친구가 생긴 뒤 더 어려워지는 관계 유지

발달장애 학생도 또래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은 분명하지만, 관계의 거리를 조절하고 상대방의 의도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친구가 피곤해서 대답을 짧게 했는데 자신을 싫어한다고 받아들이거나, 약속을 한 번 거절당한 뒤 관계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로 친구가 불편해하는데도 계속 연락하거나, 친한 사이이기 때문에 모든 부탁을 들어줘야 한다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제가 만난 한 학생은 같은 반 친구와 빠르게 가까워졌지만 의견이 한 번 다를 때마다 친구를 그만두겠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날 상대가 먼저 말을 걸면 다시 가까워졌고, 사소한 상황에 따라 관계의 거리가 반복해서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부모도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을 반가워했지만 갈등이 잦아지자 상대 학생에게 직접 연락해 상황을 확인하려 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친구를 바꾸거나 관계를 대신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 자녀가 상황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무슨 말을 들었는지, 그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상대방에게 다른 사정이 있을 가능성은 없는지를 차례로 살펴보면 감정과 사실을 구분하는 연습이 됩니다. 친구 관계는 정답을 외우는 수업이 아니라 오해하고, 조정하고, 다시 대화하는 경험을 통해 배우는 사회적 기술입니다.

부모의 개입은 위험의 정도에 따라 달라져야 한

부모가 친구 관계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금전 요구가 반복되거나 협박, 따돌림, 신체적 위협, 성적 접근과 같은 위험이 있다면 자녀가 혼자 해결하도록 두어서는 안 됩니다. 반면 답장이 늦거나 약속 시간이 맞지 않는 문제, 의견 차이로 잠시 서운해진 상황까지 부모가 직접 처리하면 자녀가 관계를 조절할 기회를 잃을 수 있습니다.

상황 부모의 역할 권장 대응
금전 요구, 협박, 반복적인 괴롭힘 즉시 개입 증거를 확인하고 학교·기관·보호자와 협의
같은 갈등이 반복되지만 위험은 낮은 경우 지도하며 개입 상황을 정리하고 말하는 방법을 함께 연습
답장 지연, 약속 변경, 일시적인 서운함 기다리며 관찰 자녀가 먼저 대화하거나 해결할 시간을 제공
자녀가 도움을 요청한 경우 해결자가 아닌 조력자 역할 가능한 방법을 함께 찾고 선택은 자녀가 하도록 지원

 

현장에서 친구와 의견이 다를 때마다 부모에게 전화하던 학생을 지도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부모가 매번 문제를 정리해 주었기 때문에 학생은 친구에게 자신의 생각을 직접 말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후 부모와 상의해 즉시 개입하는 방식을 줄이고, 학생이 먼저 상황을 설명한 뒤 친구에게 사용할 문장을 함께 정하도록 했습니다. 변화는 빠르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은 갈등이 생겨도 곧바로 부모에게 연락하기보다 상대에게 이유를 묻거나 교사에게 중재를 요청할 수 있게 됐습니다. 부모의 역할은 갈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갈등을 경험하고 해결하도록 안전망을 제공하는 데 있습니다.

친구와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

거절하고 거절당하는 연습

건강한 친구 관계를 유지하려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능력과 상대의 거절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함께 필요합니다. 발달장애 청년 중에는 친구를 잃을까 봐 돈을 빌려주거나 원하지 않는 약속에도 따라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자신의 제안을 거절당하면 친구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단정하기도 합니다. 가정에서는 실제 상황을 활용해 짧고 분명한 표현을 연습할 수 있습니다. 돈을 빌려 달라는 부탁에는 “돈은 빌려주기 어렵다”고 말하고, 만나기 싫은 날에는 “오늘은 어렵고 다른 날 만나자”고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상대가 거절했을 때도 관계 자체를 부정적으로 해석하지 않도록 “오늘 시간이 없는 것과 나를 싫어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지도한 학생 가운데 친구의 부탁을 거의 거절하지 못하던 학생이 있었습니다. 친구가 간식을 사 달라고 하면 자신의 계획과 상관없이 돈을 썼고, 부모는 그 친구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만남을 막는 것보다 금전 사용 기준과 거절 문장을 반복해서 연습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학생은 처음에는 교사의 도움을 받아 거절했지만, 이후에는 자신이 사용할 돈과 빌려줄 수 없는 돈을 구분하며 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좋은 관계를 배우는 경험이 성인기 자립 연결

부모가 바라는 것은 자녀에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친구가 생기는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갈등이 전혀 없는 관계를 찾기 어렵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불편함을 표현하고, 잘못을 인정하며,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이러한 능력은 학교 안의 친구 관계에만 머물지 않고 직장 동료, 이웃, 지역사회 구성원과의 관계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취업 후 직장생활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학생들은 사교적이거나 말을 잘하는 학생만은 아니었습니다. 동료와 의견이 다를 때 감정을 바로 폭발시키지 않고, 자신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담당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갈등 뒤에 다시 대화를 시도해 본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었습니다. 친구 관계에서 익힌 조절과 회복의 경험이 직장 적응에도 중요한 기반이 된 것입니다.

 

저는 부모 상담에서 자녀가 상처받지 않도록 모든 관계를 관리하기보다, 어떤 상황은 스스로 해결하게 하고 어떤 위험에는 즉시 개입할지를 먼저 구분하도록 안내합니다. 앞으로도 학생들의 갈등을 빠르게 끝내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고 상대의 입장을 확인하며 관계를 다시 조정하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할 생각입니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지켜보며 확인한 것은 부모가 한 걸음 물러나되 필요한 순간에는 분명한 안전망이 되어 줄 때, 발달장애 자녀가 관계 속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살아가는 힘을 더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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