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의 흐름을 자주 끊던 학생
수업은 일정한 흐름 속에서 안정적으로 이어질 때 가장 효과적으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교실 안에는 그 흐름을 자주 끊는 학생이 있습니다.
이수형(가명)은 그런 학생이었습니다.
수업 중 갑작스럽게 큰 목소리로 말을 꺼내거나, 주제와 관계없는 이야기를 던지며 분위기를 흔드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컴퓨터 수업에서는 프로그램을 임의로 바꾸거나 자리를 이탈하며 수업의 집중을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처음에는 ‘산만한 학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 행동은 단순히 통제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이수형이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동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하기
이수형은 기초적인 학습 능력과 언어 이해력이 양호하고 컴퓨터 활용 능력도 뛰어난 학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 상황에서는 집중력이 짧고 과제 수행과 참여가 불안정하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이 반복된다는 점이었습니다.
큰 목소리로 말을 하거나, 상대의 반응을 고려하지 않는 표현, 갑작스러운 행동들은 모두타인의 반응을 유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특수교육에서 말하는 행동의 기능(Function of Behavior)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행동은 단순히 잘못된 행동이 아니라 어떤 목적을 가지고 나타나는 행동입니다. 이수형의 경우 관심을 얻고자 하는 욕구와 자신을 표현하려는 방식이 결합된 행동이었습니다. 이 지점을 이해하는 것이 교육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목표를 통해 행동을 바꾸는 과정
이수형은 자신의 장애를 수용하지 못하고 일반 대학 진학을 반복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를 현실과 맞지 않는 생각으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나는 잘할 수 있다”는 기대와 욕구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목표를 부정하기보다 교육적으로 재구성하기로 했습니다. 막연한 목표 대신 구체적인 행동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 수업 시간 자리 지키기
• 목소리 크기 조절하기
• 과제 끝까지 수행하기
또한 전공 선택 과정에서 노인케어학과를 선택하게 되었고, 이 선택은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졸업 후 어떤 모습으로 일하게 될까”를 수업 속에서 계속 연결했습니다. 이 과정은 자기 조절(Self-regulation)과 목표지향 행동 형성이론과 연결됩니다. 학생이 구체적인 목표를 인식할 때 행동을 스스로 조절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또한 작은 행동 변화에 대해 즉각적인 칭찬과 격려를 제공했습니다. 이는 긍정적 행동지원(PBS)의 핵심 원리입니다. 이수형은 작은 변화에도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조금씩 행동을 조절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관계 속에서 배우는 행동
이수형은 친구들과 관계를 맺고 싶어 했지만 표현 방식의 어려움으로 갈등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래서 관계 형성을 위한 기술을 구체적으로 지도했습니다.
• 적절한 거리 유지
• 눈 맞추기
• 대화 순서 지키기
• 감정 표현 방법 익히기
이 과정은 사회적 기술 훈련(Social Skills Training)에 해당합니다. 또한 “상대방은 어떻게 느꼈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도록 도왔습니다. 이는 관점수용 능력을 기르는 과정입니다. 교사와의 관계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교사가 정서적 지지 기반이 되면서 지도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졌고 행동 변화의 효과성도 점차 높아졌습니다.
3년의 변화, 그리고 삶으로 이어지다
이수형의 변화는 빠르지 않았습니다. 1학년 때는 산만한 행동과 관계 문제로 어려움이 많았고, 2학년이 되면서 지적을 수용하고 반성하는 태도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3학년이 되면서는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조절하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작은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격려와 지지가 행동 변화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학교 안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수형은 노인케어학과를 전공한 후 현재 노인요양원에 취업하여 안정적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학교에서 반복했던 행동 기준과 경험이 직장에서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복장, 태도, 말하는 방식, 관계 형성 등 수업 속에서 연습했던 것들이 실제 삶에서 적용되고 있었습니다. 이수형에게 이 3년은 단순한 학교생활이 아니라 삶의 방향이 바뀐 터닝포인트였습니다.

결론: 행동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성장한 것이다
이수형의 산만함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행동은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행동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행동 수정이 아니라 자기 조절 능력의 성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수교육은 빠른 변화를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방향을 바꾸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방향이 바뀌는 순간,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이수형의 사례는 문제행동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행동을 통제하기보다 이해하고, 연결하고, 반복하는 과정. 그 과정 속에서 학생은 스스로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이 글이 현장에서 고민하고 계신 선생님들과 부모님들께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도 교실에서 그 변화를 만들어가고 계신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