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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도 걱정됐던 학생” 지금은 요양병원 정규직으로 일하다.

by 장애인의 취업 2026. 3. 26.

처음에는 기대보다 걱정이 먼저였던 학생

처음 이유석(가명)을 만났을 때를 떠올리면, 솔직히 기대보다는 걱정이 먼저였습니다. “이 학생이 과연 3년을 무사히 다닐 수 있을까?”취업은 그다음 문제였습니다. 일단 학교생활을 끝까지 이어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이유석은 첫인상만 보면 착하고 순한 학생이었습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누군가를 돕고 싶어 하는 마음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실제 기록에도 친구를 도와주려는 마음, 교우관계에 대한 관심, 심리운동과 체육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강점으로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학교생활에 꼭 필요한 힘은 많이 부족했습니다.

 

수업 준비가 늘 매끄럽지 않았고, 읽기·쓰기·계산 같은 기초학습에 어려움이 컸습니다. 수의 비교, 사칙연산 개념이 불완전해서 시간관리나 화폐계산 같은 생활수학 영역에서도 자주 막혔습니다. 본인에 대한 정보인 학번, 계정, 주민등록번호 같은 것조차 기억하지 못해 수업 참여가 제한되기도 했습니다.


겉으로 보면 “학습이 약한 학생”이었지만, 실제로는 학습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유석은 낯선 상황을 견디는 힘, 지적을 받아들이는 힘, 스스로 해결해 보려는 힘이 약한 학생이었습니다. 낯선 환경에서는 몸이 아프다거나 기분이 안 좋다고 말하며 참여를 피했고, 지적을 받으면 모든 행동을 멈추거나 자리를 피하는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는 이 학생에게 필요한 것이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교생활을 버텨낼 수 있는 심리적 토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잘하는 법”이 아니라 “버티는 법”

이유석은 처음부터 스스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가족이나 친척에게 쉽게 도움을 요청하는 의존적인 태도가 강했습니다. 자기 물건을 챙기고, 옷을 정리하고, 위생을 관리하는 일에서도 매우 수동적이었고, 정리정돈을 하려는 의지 자체가 약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이유석의 문제를 단순한 게으름이나 태만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특수교육적으로 보면 이는 적응행동(adaptive behavior)의 취약성과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적응행동은 학생이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사회 안에서 기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초 능력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큰 목표를 세우지 않았습니다.

-수업 전 노트를 꺼내기
-필기도구 챙기기
-자리에 앉아 있기
-한 과제를 끝까지 해보기
같은 아주 작은 행동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이유석에게는 이것이 학교생활을 구성하는 핵심 과제였습니다.

 

이 과정은 특수교육에서 말하는 비계설정(scaffolding)과 연결됩니다. 학생이 독립적으로 하기 어려운 일을 교사가 적절히 구조화하고, 성공 가능한 수준으로 낮춰 제시하여 조금씩 스스로 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유석에게는 “잘하게 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실제 교육계획에도 수업 전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고, 작은 성취를 경험하며 점차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접근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지적을 받으면 멈추던 학생에게는 정서조절 교육

이유석의 어려움은 학습보다 정서 반응에서 더 크게 드러났습니다. 조금만 지적을 받아도 멈춰 버리고, 회피하고, 도망가듯 상황을 벗어나는 태도가 반복되었습니다. 이런 학생에게 반복적인 꾸중이나 강한 통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이유석에게 필요한 것은 “혼나도 버틸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지적을 줄이기보다, 지적 상황을 작게 나누고 안전하게 경험하도록 돕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짧고 명확한 피드백을 주고, 반응이 올라오기 전에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그리고 상황을 끝까지 버티면 바로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게 했습니다. 이 과정은 정서조절(emotional regulation) 훈련과 맞닿아 있습니다.


학생이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을 견디고, 그 감정이 행동 전체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돕는 일은 특수교사의 중요한 전문 영역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유석은 지적을 받아도 바로 사라지지 않고, 잠시 멈춘 뒤 다시 행동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변화는 겉으로는 작아 보여도 매우 중요했습니다. 이유석의 학교생활이 유지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무너지지 않는 힘”이었기 때문입니다.

 

의존적인 학생에게는 “해주는 교육”보다 “선택하게 하는 교육”

이유석은 스스로 해결하려는 시도보다 누군가에게 묻고 맡기는 태도가 강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유석에게 기능을 가르치는 것과 동시에, 자기 결정(self-determination)을 키우는 접근을 함께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직접 고르게 했습니다. 무엇을 먼저 할지, 도움이 필요한지 아닌지, 어디까지는 혼자 해볼지 묻게 했습니다. 학생 대신 정답을 정해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본인의 의견을 말하고 결과를 경험하도록 했습니다.


이유석에게 자기 결정은 거창한 진로 선택이 아니라,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말해보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과정은 특히 이유석의 가족 의존을 줄이는 데 중요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가족이나 친척에게 도움을 구하려 했지만, 학교 안에서는 “먼저 네가 해볼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는 기준을 반복했습니다. 작은 선택을 계속 경험하면서 본인의 행동에 책임을 갖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관계를 원하는 학생에게는 관계를 끊게 하는 것이 아니라, 유지하는 방법

이유석은 기본적으로 관계지향적인 학생이었습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그 방식이 서툴렀습니다. 친구의 단점을 쉽게 지적하고, 과도하게 연락하고, 특히 이성과의 관계 여부에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단순한 생활지도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관계를 “하지 마”라고 막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적응기술(social adaptation skills)을 가르쳐야 하는 영역이었습니다.

 

언제 말해야 하는지, 얼마나 연락하는 것이 적절한지, 상대가 불편하다는 신호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내 감정이 커질 때 어떻게 거리를 두어야 하는지 등을 반복적으로 다루었습니다. 기록에도 교우관계 유지 및 발전을 위해 또래와의 긍정적 경험, 소그룹 활동, 적절한 관심 표현과 매너 교육이 강조되어 있습니다.


이유석에게는 관계가 삶의 큰 동력이었기 때문에, 이 영역이 안정되지 않으면 학교생활도 함께 흔들렸습니다.

연극 활동을 권한 것도 이런 맥락이었습니다. 연극은 감정을 직접 고백하기 어려운 학생에게 역할을 매개로 자기표현과 타인이해를 연습하게 해 줍니다. 이유석처럼 내면의 긴장과 관계의존이 큰 학생에게는 역할을 통한 거리 두기가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2학년 종합 의견에서 연극을 자기 이해와 내면의 힘을 키우는 활동으로 추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노인케어학과는 이유석에게 “맞는 자리”를 찾아준 전환점

이유석의 3년을 돌아볼 때 가장 중요한 전환점은 전공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노인케어 관련 전공체험에서 이유석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 높고, 도움을 주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는 모습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었습니다. 반면 인지 및 기능적 한계로 인해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 중심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도 분명히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이 평가가 매우 정확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유석은 빠르고 정확하게 확장해 나가는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대신 사람을 향한 따뜻함이 있었고, 반복을 통해 배우는 학생이었습니다. 이는 노인케어 현장과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3학년 직무평가에서도 그 특징이 잘 드러납니다.


세수 돕기, 칫솔질, 옷 갈아입히기, 식사 돕기, 체위 변경, 휠체어 이동, 지팡이 보행 돕기 같은 세밀한 신체지원에서는 여전히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정서지원, 간단한 대화, 여가활동 보조, 기본적인 협동, 질문에 대한 응답에서는 의미 있는 성장이 확인됩니다. 특히 외부 면접에서 질문의 요지를 잘 파악하고, 학과 관련 질문에 비교적 좋은 답변을 했다는 기록은 이유석의 변화가 학교 안에서만 머문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지금, 이유석은 요양병원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졸업도 걱정됐던 학생이, 지금은 노인요양병원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사실은 단지 “취업했다”는 결과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이유석이 학교에서 익힌 것은 직무기술만이 아니었습니다. 준비하는 법, 지적을 듣는 법, 불안을 견디는 법, 관계를 이어가는 법, 반복을 통해 익숙해지는 법을 배웠기 때문에 가능한 변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유석의 3년은 빠른 성장의 기록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방향이 분명한 성장의 기록이었습니다. 1학년에는 버티기조차 어려웠고, 2학년에는 조금씩 안정이 보였고, 3학년에는 역할을 이해하며 직무를 연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느린 변화가 결국 지금의 직장생활로 이어졌습니다. 저에게 이유석은 “대단한 성과를 낸 학생”이기 전에, 끝까지 성장한 학생입니다. 그래서 더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휠체어 이동하는 모습

마무리하며

특수교육은 때때로 눈에 띄는 성취보다 더 느린 일을 합니다. 학생이 무너지지 않도록 환경을 조정하고, 반복을 견디게 만들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게 하는 힘을 길러 줍니다. 이유석의 사례는 그 과정을 보여줍니다.

 

혹시 지금 비슷한 학생을 만나고 계신 특수교사나 부모님이 있다면, 너무 빨리 결과를 기대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학생은 천천히 배웁니다. 어떤 학생은 지적 하나에도 크게 흔들립니다. 어떤 학생은 늘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 학생에게 맞는 속도와 방식으로, 적응행동·정서조절·자기 결정·사회적 기술을 함께 엮어 줄 수 있다면, 변화는 생각보다 멀리 갑니다. 이유석의 3년이 바로 그걸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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