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반복적으로 수업 흐름을 방해하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는 학생들을 만나게 됩니다. 많은 경우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문제행동으로 인식되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그 행동이 학생의 정서적 욕구와 관계 형성 방식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글은 발달장애 성인 교육기관에서 만난 한 학생의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산만한 행동과 관계 문제 뒤에 숨겨진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교육적으로 접근했는지를 기록한 내용입니다. 긍정적 행동지원(PBS), 사회적 기술 훈련, 목표 중심 생활지도 등을 통해 학생이 스스로 행동을 조절하고 사회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기 시작했던 과정을 실제 교육 경험과 함께 정리하였습니다. 단순한 행동 통제보다 행동의 기능을 이해하고 학생의 강점과 연결하는 과정이 왜 중요한지를 특수교육 현장의 관점에서 현실적으로 담아보았습니다.
수업 흐름을 자주 끊던 학생
교실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행동 하나가 수업 분위기를 크게 흔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발달장애 학생들 중에는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하지 못해 반복적으로 문제행동처럼 보이는 반응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수영(가명)은 그런 학생 중 한 명이었습니다.
수업 중 갑자기 큰 목소리로 말을 꺼내거나 주제와 관계없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컴퓨터 수업에서는 프로그램을 임의로 바꾸거나 갑자기 자리를 이탈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산만한 학생이라고 생각하기 쉬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행동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되었습니다. 이수영은 수업에 관심이 없는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컴퓨터 활용 능력이 좋은 편이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문제는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표현하는 방식이 서툴렀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관심을 받고 싶은 상황이나 자신이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에 행동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수교육에서는 이를 행동의 기능(Function of Behavior)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문제행동은 단순히 없애야 하는 행동이 아니라 관심을 얻거나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수영 역시 행동 자체보다 “왜 이런 행동이 반복되는가”를 먼저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행동을 통제하기보다 목표를 연결하기
이수영은 자신의 장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반복적으로 일반 대학 진학 이야기를 하거나 현재 상황을 부정하려는 말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비현실적인 목표처럼 보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나는 잘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목표를 단순히 부정하기보다 행동 변화와 연결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어떻게 행동할까?” “직장에서는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 이런 질문들을 반복하면서 수업과 생활지도를 취업 상황과 연결해 설명했습니다.
또한 행동 목표를 매우 구체적으로 나누었습니다. 자리 지키기, 목소리 크기 조절하기, 과제 끝까지 수행하기처럼 실제로 실천 가능한 수준으로 목표를 정리했습니다. 특히 작은 행동 변화가 나타났을 때는 바로 칭찬과 피드백을 제공했습니다. 긍정적인 행동이 반복될수록 학생 스스로 “이 행동이 괜찮은 행동이구나”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중요했습니다.
이 과정은 긍정적 행동지원(PBS)의 접근과도 연결됩니다. 문제행동 자체를 강하게 억제하기보다 학생이 더 적절한 방식으로 자신의 욕구를 표현할 수 있도록 행동 방향을 바꾸는 방식입니다. 또한 사회적 기술 훈련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눈 맞추기, 대화 순서 지키기, 적절한 거리 유지, 감정 표현 방식 등을 반복적으로 연습했습니다. 처음에는 친구 관계 안에서 갈등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전보다 친구 반응을 살피려는 모습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취업이라는 목표가 행동 변화를 만들기 시작한 시기
학생에게 가장 큰 변화가 나타난 시기는 노인케어학과 전공을 선택한 이후였습니다. 졸업 후 실제 직장생활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시작하면서 수업과 생활지도 역시 이전보다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행동을 직장에서 하면 어떻게 될까?” 이 질문을 반복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학년 이후부터는 지적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이전과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바로 반응하거나 감정적으로 상황이 커지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후에는 잠깐 멈추고 생각하는 시간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3학년이 되었을 때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도 조금씩 나타났습니다. 물론 산만한 행동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충동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날도 있었고 관계 안에서 갈등이 생기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분명 달라진 점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행동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후 이수영은 노인케어학과를 졸업하고 실제 노인요양원에 취업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반복적으로 연습했던 복장, 태도, 의사소통 방식들은 실제 직장생활 안에서도 중요한 기준으로 이어졌습니다.
특수교육 현장에서는 행동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보다 학생이 스스로 행동을 조절하려는 힘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훨씬 중요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행동의 이유를 이해하면서 달라진 지도 방식
이수영의 변화는 단기간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반복적인 생활지도와 관계 형성, 그리고 학생의 목표를 현실과 연결하려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만들어진 변화였습니다. 특히 문제행동을 단순히 통제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학생의 욕구와 연결해서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 교육의 방향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발달장애 학생들의 행동은 때로 매우 충동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관심받고 싶은 마음, 인정받고 싶은 욕구, 관계를 맺고 싶은 감정이 함께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행동 자체만 반복해서 지적하면 학생은 더 위축되거나 반대로 더 강하게 반응하기도 합니다.
이수영학생 역시 자신의 강점과 목표를 행동 변화와 연결하기 시작하면서 이전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특수교육은 빠른 변화를 만드는 과정이라기보다 학생이 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준을 조금씩 만들어가는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오늘도 학생들의 행동 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교사들과 부모님들에게 이 이야기가 작은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