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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보다 먼저 생활습관부터 가르쳐야 했던 학생

by 장애인의 취업 2026. 5. 28.

발달장애 학생의 자립과 취업을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은 직무기술이나 학습능력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러나 실제 특수교육 현장에서는 생활규범과 자기조절 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로 성인기를 맞이하는 학생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이번 글은 생활 전반의 규칙 이해와 적응행동 형성에 어려움을 보였던 한 학생의 사례를 중심으로, 특수교육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생활교육과 행동지도가 이루어졌는지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환경구조화, 선행사건 중재, 기능적 행동평가(FBA), 기능적 의사소통 훈련, 작업행동 훈련 등 실제 교육 현장에서 적용된 특수교육적 접근을 중심으로 구성하였으며, 반복 가능한 생활기술 훈련이 어떻게 사회적 역할 수행으로 이어졌는지를 실제 사례 중심으로 설명하였습니다. 단순한 취업 성공 사례가 아니라, 생활규범과 적응행동 교육이 왜 발달장애 성인 교육에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기록으로 정리하였습니다.

 

생활규범보다 충동이 먼저였던 학생

처음 고명철(가명)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느껴졌던 부분은 생활 전반의 기준이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대학이라는 공간 안에서 어떤 행동이 적절한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공공장소와 개인 공간의 경계도 흐린 상태였습니다. 가방과 옷을 아무 곳에 두거나 바닥에 갑자기 앉고 눕는 행동, 다른 사람 음식에 쉽게 손을 대는 모습도 반복되었습니다. 순간의 욕구를 조절하기보다 바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인지적인 제한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관찰해보면 명철이는 전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제한적이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었고, 낯선 상황에서도 나름대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또래와 어울리는 것도 좋아했고 운동이나 야구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에서는 적극적인 상호작용도 나타났습니다.

 

결국 중요한 문제는 “모르는 학생”이라기보다 생활 속 규칙과 자기조절 방식을 충분히 배우지 못한 상태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명철이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훈계나 반복적인 지적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어떤 장소에서 어떤 행동이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생활 안에서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과정이 더 중요했습니다.

학교생활보다 먼저 생활 구조를 다시 만드는 과정이 필요했다

1학년 시기의 핵심 목표는 학습 성취보다 학교 안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는 행동 기준을 형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적용한 방법은 환경구조화(environmental structuring)였습니다. 식사하는 공간, 쉬는 공간, 정리하는 공간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각 공간에서 어떤 행동이 필요한지를 반복적으로 안내했습니다.

 

행동이 발생한 뒤에만 지적하기보다 행동 이전에 기준을 먼저 보여주는 방식에 가까웠습니다. 이 과정은 특수교육에서 말하는 선행사건 중재(Antecedent Intervention)의 원리와 연결됩니다. 충동적인 행동을 억제하려 하기보다 행동이 발생하기 전 환경과 단서를 조정해 바람직한 행동이 나타나도록 돕는 접근입니다. 또한 생활기술 훈련도 매우 세분화해서 반복했습니다.

 

수저 놓기, 테이블 닦기, 사용한 물건 제자리 두기, 옷 정리하기처럼 단순해 보이는 행동들을 매일 반복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행동은 겉으로 보면 사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회 안에서 생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적응행동(adaptive behavior)에 해당합니다. 특히 명철이처럼 충동성과 욕구 중심 행동이 강한 학생에게는 설명보다 반복 경험 자체가 더 중요한 학습 방식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전보다 행동 전 멈추는 시간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고, 반복적인 생활 루틴 안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모습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기능적 행동평가가 행동지도의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2학년이 되면서는 행동 자체보다 행동의 기능(function of behavior)을 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해졌습니다. 명철이는 관리감독이 없으면 다시 예전 행동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고, 같은 문제행동도 반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하지 마라”라는 지도로는 행동 변화가 오래 유지되지 않았습니다.

 

이 시기에는 기능적 행동평가(FBA)를 중심으로 행동의 이유를 다시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명철이의 행동은 대부분 관심을 받고 싶은 욕구, 즉각적인 욕구 충족, 어려운 상황 회피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행동의 기능이 확인되자 개입 방식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관심을 받고 싶을 때는 큰 소리나 장난 대신 이름을 부르고 기다리는 행동을 연습했고, 즉각적으로 행동하기보다 허락을 구하고 순서를 기다리는 연습도 반복했습니다.하기 싫은 상황에서는 도망가거나 엉뚱한 행동을 하기보다 “도와주세요”, “다시 설명해 주세요”라고 표현하도록 지도했습니다. 이 과정은 기능적 의사소통 훈련(FCT)의 핵심 원리와도 연결됩니다. 문제행동이 하던 역할을 보다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행동으로 바꾸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또래 관계 지도 역시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인사하기, 부탁하기, 미안하다고 말하기 같은 매우 기본적인 사회적 기술을 실제 상황 속에서 반복 연습했습니다. 특히 언어 이해가 제한적인 학생일수록 추상적인 설명보다 몸으로 반복 경험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으로 작용했습니다.

반복 가능한 작업행동이 실제 직무 수행으로 이어졌다

3학년이 되면서는 현실적인 직무 적응 가능성을 중심으로 평가가 이루어졌습니다. 복잡한 의사소통이나 상황 판단이 필요한 업무는 어려움이 컸지만, 구조가 분명하고 반복 가능한 업무에서는 안정적인 수행 가능성이 확인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청소, 정리정돈, 분리수거처럼 절차가 일정한 업무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작업행동 훈련(work behavior training)과 과제분석(task analysis)을 중심으로 교육 방향을 조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청소하기라는 큰 과제를 “걸레 찾기 → 물 적시기 → 바닥 닦기 → 사용 물건 정리하기”처럼 매우 작은 단계로 나누어 반복 훈련했습니다.

명철이는 설명을 통해 이해하기보다 반복 수행을 통해 절차를 익히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이는 절차기억(procedural memory)을 기반으로 한 학습 특성과도 연결됩니다. 결국 현재 명철이는 요양원에서 청소와 정리 업무를 수행하며 실제 장애인일자리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독립적인 상태는 아니지만, 사회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변화였습니다. 

 

이번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부분은 발달장애 학생에게 필요한 교육이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생활 구조와 행동 기준을 다시 형성하는 과정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생활규범과 적응행동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학생일수록, 반복 가능한 경험과 일관된 환경이 직업 적응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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