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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형성이 어려웠던 장애학생이 달라지기 시작한 이유

by 장애인의 취업 2026. 5. 18.

특수교육 현장에서는 문제행동이 크지 않고 수업 참여도 성실하지만 또래 관계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특히 지적장애 학생 중에는 학습 능력은 비교적 안정적임에도 자신감 부족과 위축감 때문에 친구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글은 실제 특수학급에서 만났던 지적장애 여학생 사례를 중심으로, 조용하고 성실하지만 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학생이 자신의 강점을 통해 조금씩 관계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던 과정을 기록한 내용입니다. 요리 활동을 활용한 역할 부여, 정리정돈 활동을 통한 책임감 형성, 또래 관계 확장을 위한 구체적인 개입 방법 등을 실제 학교 현장 경험과 함께 정리하였습니다. 단순한 성공 사례보다 학생이 위축되어 있던 과정과 관계 형성에서 겪었던 어려움까지 함께 담아 특수교사와 학부모가 참고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관점에서 작성하였습니다.

조용하지만 늘 혼자였던 학생

교실에는 유난히 눈에 잘 띄지 않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수업 시간에는 문제없이 잘 참여하고, 교사 지시도 성실하게 따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쉬는 시간이 되면 늘 혼자 창밖을 보거나 교실 한쪽에만 머물러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신영이(가명)는 그런 학생이었습니다.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은 학생이었지만 언어 이해력과 표현력은 비교적 좋은 편이었고, 학습 참여 태도도 안정적이었습니다. 과제를 미루지 않았고 자신이 맡은 일도 끝까지 해내려는 책임감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친구들 사이에서는 늘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먼저 말을 걸면 짧게 대답은 했지만, 대화를 이어가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도 친구들 무리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지 못하고 교사 주변만 맴도는 모습이 반복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조용한 성격이라고 생각하기 쉬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영이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싫은 것이 아니라, 관계 안으로 들어가는 상황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자신감이 부족한 학생들은 작은 실수에도 크게 위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시라도 거절당하거나 어색한 분위기가 생길까 봐 관계 시도 자체를 피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신영이 역시 그런 유형에 가까웠습니다.

강점이 관계의 시작이 되다

특수교육 현장에서는 학생의 부족한 부분을 반복적으로 지도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자신감이 낮은 학생에게 부족한 점만 계속 이야기하면 오히려 위축감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영이 지도에서는 “무엇이 부족한가”보다 “무엇을 잘하는가”를 먼저 보기 시작했습니다. 신영이는 요리 활동을 좋아했고, 조리 순서나 재료 준비 과정을 비교적 정확하게 기억하는 학생이었습니다. 단순히 활동 참여를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이 배운 내용을 실제 생활에서도 활용하려는 모습이 자주 보였습니다.

 

또 하나 눈에 띄었던 부분은 정리정돈 능력이었습니다. 교실 물건 위치를 잘 기억했고, 물건을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데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친구들이 어지럽게 사용한 물건을 조용히 다시 정리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생활 습관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강점은 학생이 교실 안에서 역할을 가지게 만드는 중요한 연결점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자신감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관계 형성의 시작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리 활동 안에서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 변화

신영이는 친구들 앞에서 말하는 상황을 매우 부담스러워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발표나 리더 역할을 강하게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학생이 가장 안정감을 느끼는 요리 활동 안에서 작은 역할부터 맡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재료를 나누어주거나 조리 순서를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정도의 역할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처음에는 목소리가 너무 작아 친구들이 다시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면 신영이는 금방 당황한 표정을 짓고 다시 뒤로 물러나곤 했습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활동 속에서 조금씩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친구들이 따라오는 경험이 생기면서 이전보다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신영아, 다음에는 뭐 해야 해?”

친구들이 이런 질문을 하기 시작하면서 신영이는 이전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대답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경험이 학생 태도를 조금씩 바꾸기 시작한 것입니다.

 

요리 활동은 단순한 체험 활동처럼 보이지만 언어, 수 개념, 순서 기억, 협동 활동이 함께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통합 활동입니다. 무엇보다 결과물이 바로 눈에 보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성취감을 경험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신영이 역시 친구들과 함께 음식을 완성하는 과정을 통해 이전보다 자연스럽게 또래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교실 안에서 ‘내 역할’이 생긴 순간

신영이는 정리정돈 능력이 뛰어난 학생이었습니다. 물건 위치를 기억하는 능력도 좋았고, 필요한 물건을 빠르게 찾아내는 모습도 자주 보였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교실 물품 관리 역할을 맡기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심부름을 시키는 개념이 아니라 교실 안에서 필요한 역할을 맡긴 것입니다.

 

처음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들이 필요한 물건을 신영이에게 먼저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신영아, 가위 어디 있어?” “이거 어디 넣어야 해?”

작은 질문들이 반복되면서 신영이는 이전보다 훨씬 자주 친구들과 말을 주고받기 시작했습니다. 

 

특수교육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느끼는 점 중 하나는 학생이 교실 안에서 “필요한 존재”라는 경험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자신감이 낮은 학생들은 도움을 받는 경험에는 익숙하지만, 반대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경험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신영이 역시 자신이 잘하는 일을 통해 교실 안에서 역할이 생기자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다

신영이는 친구들을 싫어하는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몰라 늘 망설이는 학생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추상적인 말보다 실제 행동으로 연결할 수 있는 작은 과제를 제공하려 했습니다.

 

예를 들어 쉬는 시간에 친구 한 명과 함께 있기, 운동 활동에 같이 참여하기 같은 작은 목표를 정했습니다. 처음에는 친구 옆에 가서도 거의 말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간식을 함께 먹거나 운동 활동에 참여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전보다 또래 분위기를 덜 불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스포츠 활동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신영이는 운동 기능과 규칙 이해 능력이 좋은 편이었기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움직이는 활동 안에서는 이전보다 훨씬 편안해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관계 형성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대화 기술만 반복적으로 가르치는 것보다 함께 움직이고 경험하는 활동이 훨씬 자연스럽게 관계를 연결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

조용한 학생일수록 더 늦게 발견되는 어려움

특수교육 현장에서는 문제행동이 있는 학생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조용하고 성실한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관계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계속 주변에만 머무르는 경험 역시 학생에게는 큰 외로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신영이 역시 처음에는 교사와의 관계 안에서만 안정감을 느끼던 학생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역할과 반복적인 성공 경험이 쌓이면서 조금씩 또래 관계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먼저 나서는 성격은 아닙니다. 낯선 환경에서는 여전히 긴장하는 모습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처럼 친구들 사이를 피하지만은 않습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활동 안에서는 먼저 움직이려는 모습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수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학생을 억지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가진 강점을 통해 스스로 관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조용한 학생이라고 해서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가장 조용한 학생이 가장 큰 외로움을 안고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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