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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멈추지 않던 학생, 사회 속에서 ‘조절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다

by 장애인의 취업 2026. 4. 5.

처음 김영민(가명) 학생을 만났을 때의 교실은 늘 일정한 리듬이 깨져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면 조용해져야 할 공간에서, 한 학생의 목소리가 공기를 채웠다. 혼잣말로 시작된 말은 곧 주변 친구들에게로 이어졌고, 다시 상황 설명과 질문으로 이어지며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활발한 학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의 양과 빈도는 ‘활발함’이라는 표현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친구들은 점점 예민해졌고, “조용히 좀 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다. 교실 분위기는 쉽게 흐트러졌고, 작은 자극에도 갈등이 생겼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학생과 단둘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말은 많지만 맥락이 분명했고, 질문에 대한 답도 정확했다. 자신의 단점에 대해서도 회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상대방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그때 확신했다. 이 학생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조절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끊임없이 말하는 행동, 그 안에 숨겨진 불안

 

우리는 이 행동을 단순한 문제행동으로 보지 않았다. 기능적 행동평가(FBA)의 관점에서, 이 행동이 언제, 왜 나타나는지를 차분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관찰을 통해 드러난 것은 ‘불안’이었다.


영민이는 새로운 과제가 주어지거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길어질수록 말이 급격히 많아졌다. 자신의 통제 밖에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를 안정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말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실제 평가에서도 “불안감 해소를 위해 쉬지 않고 말을 하거나 과장된 반응을 보인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었다. 또한 관계에 대한 불안도 매우 컸다.


과거 또래관계에서의 실패 경험이 누적되어, 상대의 반응을 부정적으로 예측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먼저 지적하거나, 과장된 방식으로 표현하며 관계를 주도하려는 모습이 반복되었다. 결국 영민이의 ‘말’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불안을 견디기 위한 나름의 방식이었다.

행동을 바꾸기 위한 교육적 개입, 그리고 수많은 시행착오

이해가 시작되자, 지도 방법도 달라졌다.
이전처럼 “조용히 하라”라고 지시하는 방식은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말을 막으면 잠시 조용해지지만, 곧 더 큰 반동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우리는 환경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과제를 시작하기 전, 해야 할 일의 순서를 미리 안내하고,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 불안을 최소화했다. 무엇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명확히 제시했을 때, 말의 양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다음으로는 대체행동을 가르쳤다.

단순히 “말하지 마”가 아니라

● “지금 말해도 되는지 3초 생각하기”
● “손을 들고 순서를 기다리기”

이러한 구체적인 행동을 반복적으로 연습했다.

 

처음에는 3초를 기다리는 것도 어려워했다. 말을 참다가 결국 터져 나오기도 했고, 스스로 답답해하며 다시 말이 폭발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연습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강화 전략이었다. 영민이는 칭찬과 관심에 대한 욕구가 매우 높은 학생이었다. 그래서 아주 작은 변화라도 놓치지 않고 즉시 피드백을 주었다.

“지금 기다린 거 정말 잘했어.”
“방금은 친구 말 끝까지 듣고 말했네.”

이러한 경험이 쌓이면서, 학생은 점점 ‘참을 수 있는 시간’을 늘려갔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자기 인식이었다. 영민이는 자신의 단점을 알고 있는 학생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평가하는 시간을 반복적으로 제공했다. 이 과정은 단순한 통제가 아니라 ‘스스로 조절하는 힘’을 키우는 과정이었다.

 

학생과 교사가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모습

작은 변화가 쌓여, 관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변화는 아주 미세하게 시작되었다.
수업 중 잠깐 말을 멈추는 시간, 친구의 말을 끝까지 듣는 순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몇 초의 시간. 하지만 그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서 교실 분위기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친구의 실수를 발견하면 바로 지적하고, 그 내용을 반복해서 이야기하며 갈등을 만들었다.
하지만 점점 상대의 반응을 살피고, 말을 줄이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가정의 노력도 큰 역할을 했다. 부모님은 갈등이 있었던 친구들을 주말에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하고 시간을 보내게 했다. 어색하고 불편했던 관계가 반복적인 만남을 통해 조금씩 완화되었다. 학교에서는 긍정적인 대화 주제 연습 감사 표현 훈련 협동 과제 참여를 통해 관계 경험을 확장해 나갔다.

그 결과, ‘시끄러운 학생’이라는 이미지에서 ‘함께할 수 있는 친구’로 조금씩 변화해 갔다.

취업 이후, 그리고 더 단단해진 모습

영민이는 사무자동학과를 졸업한 뒤 사무보조로 취업했다.
처음 취업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기쁜 마음과 함께 걱정이 동시에 들었다. 학교에서는 교사의 개입이 가능하지만, 직장은 전혀 다른 환경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계속해서 알려주고 기다려주는 곳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조절해야 하는 곳이 바로 사회이기 때문이다.

 

초기 적응 과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는 말이 많아졌을 것이고, 집중해야 할 순간에도 주변 자극에 흔들렸을 것이다. 실제로 학교에서도 독립적으로 수행 가능한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하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반대로 필요한 상황에서는 적절한 질문을 하지 못해 오류가 발생하는 모습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분명한 변화가 나타났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스스로를 인식하는 힘’이었다. 학교에서는 교사의 피드백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돌아봤다면, 이제는 스스로 “지금 내가 말이 많아지고 있구나”, “지금은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다”라고 인식하고 조절하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 변화가 참 인상 깊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알아차리고 조절하려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진짜 성장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날, 두 번째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을 듣는 순간, 교실에서 보았던 수많은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가던 모습, 친구와 다투고 속상해하던 표정, 조금이라도 인정받고 싶어서 더 과장되게 표현하던 순간들. 그 모든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그 아이가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었다. 지금의 영민이는 여전히 말이 많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말이 더 이상 관계를 깨뜨리는 도구가 아니라 관계를 이어가는 수단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아, 사회라는 곳이 이 아이를 또 한 번 성장시키고 있구나.”

마무리: 행동은 고쳐야 할 문제가 아니라, 이해해야 할 이야기다

교실에서 만나는 문제행동들은 때로는 참 버겁다. 수업이 흐트러지고, 관계가 깨지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알게 된다.

 

그 행동 하나하나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영민이의 ‘끊임없는 말’은 단순한 소음이 아니었다. 불안이었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었으며, 관계를 맺고 싶다는 서툰 표현이었다.

우리는 종종 행동을 바로잡으려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행동의 ‘이유’를 찾는 일이다. 왜 이 아이는 이렇게 말할까, 왜 이 상황에서 감정이 폭발할까, 무엇이 이 행동을 반복하게 만드는 걸까. 그 질문을 놓치지 않을 때, 교육은 단순한 통제가 아니라 ‘변화’로 이어진다.

 

취업은 기술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관계를 이해하고, 감정을 다루고, 자신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이 함께 자라야 한다. 나는 여전히 교실에서 같은 고민을 반복하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영민이를 만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확신이 있다. 지금은 서툴고, 느리고, 반복되는 것처럼 보여도 이 아이들은 결국 자신의 속도로 성장해 나간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기다린다.


조금은 느리지만, 분명하게 변화하고 있는 그 과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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