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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끝까지 가는 힘, 나에게 맞는 길을 찾은 학생의 이야기

by 장애인의 취업 2026. 4. 6.

강민석(가명) 학생을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체격은 작고 왜소했고,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힘이 부족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특별한 신체적 장애가 눈에 띄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반적인 근력과 체력이 모두 낮은 상태였다.

 

학기 초 진행된 등산 활동에서 그 모습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다른 학생들이 한참을 앞서 나갈 때, 민석이는 뒤에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중간에 멈춰 서서 숨을 고르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결국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때도 민석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속도는 느렸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계속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못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에 머물던 학생

민석이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고 있는 학생이었다. 체력이 약하고, 손의 힘이 부족하며, 작업 속도가 느리다는 것도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다. 실제로 평가에서도 손기능의 약화와 느린 수행 속도가 반복적으로 관찰되었다.

 

하지만 이 학생에게는 또 다른 특징이 있었다. 바로 ‘야구’였다. 민석이와 대화를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야구 이야기로 이어졌다. 선수 이야기, 경기 흐름, 기록까지. 그 지식의 깊이는 상당했고, 말하는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자신감이 있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자신이 잘하는 영역에 머무르려는 경향이 강했고, 상대적으로 부족한 영역은 회피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수업 참여도 역시 흥미에 따라 크게 달라졌고, 어려운 과제는 끝까지 시도하기보다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은 단순한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낮은 자기 효능감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반복과 경험으로 만들어낸 ‘조금씩의 성장’

우리는 이 학생을 빠르게 변화시키려 하지 않았다. 대신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시작했다. 과제의 난이도를 조절하고, 반복학습을 통해 작은 성공 경험을 쌓게 했다. 수행 속도가 느리더라도 끝까지 해보는 경험,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특히 신체적인 부분은 별도의 접근이 필요했다.


체육활동과 방과 후 PT를 병행하며 기초 체력을 조금씩 끌어올렸다. 실제로 지속적인 운동을 통해 하체 근력이 향상되고, 수업 참여도 역시 함께 증가하는 긍정적인 변화가 관찰되었다. 처음에는 쉽게 지치고 포기하던 학생이 점점 “한번 더 해볼게요”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작아 보이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바리스타라는 벽, 그리고 새로운 선택

민석이는 바리스타학과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 선택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바리스타 직무는 생각보다 많은 신체적 힘과 정교함을 요구한다. 펌프를 누르는 힘, 정확한 계량, 빠른 작업 속도, 그리고 지속적인 집중력, 민석이에게는 모두 어려운 요소들이었다.


실제로 손의 힘이 부족해 펌프를 정확히 누르지 못하거나, 계량 과정에서 흔들림이 발생하는 등 지속적인 어려움이 관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석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학생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반복을 통해 결국 자격증을 취득했다.


나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느꼈다. 이 학생은 ‘잘하는 학생’은 아닐 수 있지만, ‘끝까지 하는 학생’이라는 것을.

진짜 변화는 ‘진로를 바꿀 수 있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바리스타 직무로의 취업은 쉽지 않았다. 이때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다. 계속해서 어려운 길을 밀어붙일 것인가, 아니면 다른 가능성을 찾아볼 것인가.


우리는 민석이를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 학생이 무엇을 ‘못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덜 힘들게 할 수 있는지’에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것이 ‘미술’이었다. 그림을 아주 잘 그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손에 큰 힘이 들어가지 않는 활동이었고,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지속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그래서 방향을 바꾸었다. 억지로 바리스타로 취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직무를 찾는 과정으로.

그리고 결국, 그림과 관련된 직무로 취업에 성공했다.

 

민석이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

느리지만 끝까지 가는 사람

지금의 민석이는 당당한 직장인이 되어 있다.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참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사실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여전히 빠르지 않다. 여전히 완벽하지도 않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더 이상 ‘문제’로 느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학생에게는 분명한 한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않는 힘.

 

나는 종종 민석이를 떠올릴 때면 3학년 졸업여행의 한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일본 거리 위를 걷던 그날, 학생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어떤 학생은 앞서 나갔고, 어떤 학생은 중간쯤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그리고 민석이는 늘 뒤쪽에 있었다.

 

속도는 느렸고, 걸음은 무거워 보였다. 중간중간 숨을 고르며 멈추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힘들면 조금 쉬어도 된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민석이는 멈추지 않았다. 다시 걸음을 내디뎠고, 결국 끝까지 그 여정을 따라왔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아이는 빠르지는 않지만 끝까지 가는 아이구나.”

 

그 깨달음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었다. 이 학생을 이해하는 기준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마무리: 모두에게는 ‘자기 속도의 자리’가 있다

우리는 교육 현장에서 종종 ‘잘하는 기준’을 정해 놓고 학생을 바라본다. 빠르게 수행하는 것, 정확하게 해내는 것, 효율적으로 결과를 만드는 것. 물론 그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다른 기준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떤 학생은 빠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어려움 앞에서 쉽게 포기하기도 한다. 반대로 어떤 학생은 느리다. 하지만 한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붙들고 간다. 민석이는 분명 후자의 학생이었다. 처음에는 그 ‘느림’이 단점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은 단점이 아니라 이 학생만의 방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더 많이 반복했고, 쉽게 지치기 때문에 더 천천히 버텼고, 남들보다 오래 걸리기 때문에 더 오래 붙들고 있었다. 그 과정 속에서 민석이는 결국 ‘자신이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냈다.

 

나는 이 학생을 통해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된다. 모든 학생에게는 자신의 속도로 갈 수 있는 자리, 자신의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속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속도로도 도달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찾아주는 일이다. 오늘도 교실에는 다양한 속도의 학생들이 있다. 빠른 학생도 있고, 느린 학생도 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알고 있다. 느리다고 해서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그 속도로 끝까지 가는 학생이 결국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기다린다. 조금 느리지만, 분명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그 걸음을. 모든 학생에게는 자신의 속도로 갈 수 있는 자리, 자신의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중요한 것은 그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방향을 함께 고민해 주는 일이다.

 

오늘도 나는 교실에서 그런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그리고 믿는다. 조금 느리더라도, 끝까지 가는 힘을 가진 이 아이들은 결국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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